생각보다 괜찮았던 치앙마이를 가기로 마음을 먹은 건 서점에서 샀던 책 한 권 때문이었다. 단순히 여행 갈 돈도, 용기도 없어서 소문으로만 듣던 치앙마이 여행책이 유독 눈에 띈 건 우연이 아니었다. 가고 싶었지만 어떤 곳인지 몰랐고, 좋다고는 들었지만 얼마나 좋은지는 알지 못했다. 그 책을 집어 든 순간 나는 이미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 값 대신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비쌌던 그 책을 거리낌 없이 구매한 후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나는, 치앙마이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치앙마이를 왜 안 가? 안 갈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갈 이유들을 만들었고, 결국 그 날 나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치앙마이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왔고, 모아뒀던 돈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여행을 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았다. 한 달 살기를 위해 카페에 가입했고, 정보들을 얻었다. 22살 아무 생각 없이 떠났던 유럽여행처럼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이나마 유익하게, 조금이나마 더 보람차게 보내려고 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일종의 도피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도피도 용기가 필요한 법. 2020년을 시작하면서 나는 서울에서 한 달을 살고 있었고, 그 한 달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다음 달은 치앙마이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치앙마이에 가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모습이었다. 디지털 노마드. 나는 노마드는 아니었다. 갓 시작한 블로거. 갓 시작한 사진가. 갓 시작한 마케터. 나를 수식하는 말은 "갓 시작한"이었다. 어떻게 찍어야 할지, 어떻게 적어야 할지, 어떻게 꾸며야 할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포스터 같은 사진들을 생각했지만 내가 찍어온 사진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하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가지 않는다면 비눗방울처럼 톡 하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순간들. 인생에 그런 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 더 늦기 전에 적어보려고 한다. 치앙마이 여행기 그 첫 번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