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by 윤재

80주년 광복절!


오늘은 우리나라를 되찾은 지 80년이 되는 날, 빛나는 날입니다.

우리 땅과 우리 민족의 빛을 되찾기 위해 흘린 피와 눈물이 오늘의 하늘 아래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라는 애국가 가사 속에는 단순한 구호 이상의 결기가 담겨 있습니다.


“왜 왔던고 왜 왔던고 만주벌판에 왜 왔던고

낯설고 물선 만리타국 만주땅에 어인 일로 왔던고

삼천리라 금수강산 왜놈 발에 짓밣혀서 조선 해는 간곳없이 암흑천지 되었으니

뜻 굳은 남아로서 할 일이 그 무언고

빼앗긴 나라 되찾는 것 그것밖에 더 있는가

암흑천지에 불 밝힌 일 그것밖에 더 있는가

옳소이다 옳소이다

그 생각이 옳소이다

그 길을 아니 가면 어찌 조선 남아리까.

어찌 조선 남아리까....”

라고 소설 『아리랑』에서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감옥에서 병사한 송수익을 위해 옥녀가 서럽게 진혼곡을 부릅니다.



왜 만주로 갔는가, 왜 그 먼 길을 헤매며 투쟁했는가.

그곳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단순히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밝히고, 민족의 혼을 이어가는 길이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소설 『아리랑』 속 노래처럼, 독립을 향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 역사가 되었음을, 그 뜨거운 외침이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오늘입니다.


정끝별 시인의 시 <밀물>에는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80년 전, 오늘 이 땅의 하늘은 울었고, 거리는 만세의 함성으로 물결쳤으며

우리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입니다.


‘끝’과 ‘별’이라는 글이 합쳐 만든 순한글 이름의 정끝별 시인은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습니다. ‘한국적 감수성과 가락의 서정성과, 날카롭고 실험적인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그의 시는 리듬과 이미지가 충만한 시정으로 독특한 시세계를 일구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의 시 <밀물>의 전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정끝별, <흰 책>, 민음사, 2000 중에서


진정한 해방은,
총칼을 이긴 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백 년, 천년 이어갈 문명을 세우는 데서 시작됩니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할 때

바다가 잠잠해서, 무사해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바다는 다시 썰물과 밀물을 반복합니다.


80년 전 되찾은 자유를 되새기며,

문화와 예의로 존중받고, 서로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