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의 의미는?

by 윤재

숫자 ‘346’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옆지기와 넥플릭스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Find me Falling>

2024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이프러스 섬, 바닷가 높은 절벽 위의 집에서 조용히 머물고 싶었던 록스타 존 올먼(해리 코닉 주니어, Harry Connick Jr.). 컴백 앨범이 흥행에 실패하고 히트곡의 인기가 시들해져 잠시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고요가 아니라 뜻밖의 만남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지고, 식당에서 우연히 옛 연인 시아(아그니 스콧, Agni Scott)와 재회도 하게 됩니다. 사랑하지만 각자의 꿈을 찾아 떠나 헤어지고, 다시 재회를 하는데 그들 사이에 딸이 있고 등 줄거리가 진부하긴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함이 있으며 해변 마을의 매력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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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MDb



절벽 위에 나무 철책을 치는 존을 보고 묻는 영화 속 대사 일부입니다.

“사람들이 물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만드는 거야?”

“빠지긴, 뛰어내리는 거지.”

“그게 그거지”

“빠지는 건 자의가 아니잖아.”

“그래서 사랑에 ‘뛰어들다’라고 하지 않는구나”

“그래, 사랑은 뛰어드는 게 아냐, 빠져드는 거지”



영화 속에서 오가는 대사처럼, 사랑은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빠져드는 것’ 인지도 모릅니다. 계획되거나 준비된 도약이 아니라, 불현듯 발밑이 비어져 내리듯 찾아오는 감정.

그래서 사랑은 두렵지만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혼란을 겪고 있는 딸, 딸의 아빠이자 재회한 연인과의 갈등 등을 마주한 시아에게 시아의 어머니가 말합니다.

“혼자 있는 건 쉬워, 누구와 함께 하는 게 어렵지”



혼자 해결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문제는 비교적 단순하지요. 그러나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때로는 부딪히며, 그럼에도 다시 곁을 지켜주는 일이지요. 혼자가 아니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그 자녀들이 독립을 하고, 손주들을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족의 사랑이 6층보다 더 높고 크다는 손녀들이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3: 3층보다

4: 4층이 더 높고

6: 6층이 4층보다 높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사랑이 6층보다 훨씬 더 높고 크다”와

“우리 가족 모여라

라는 글씨를 적은 종이 깃발을 들고 다닌 친구의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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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족 9명의 구성원이 여행을 갔는데, 여행지에서 단체 여행객들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깃발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가족들의 여행을 위해 나무젓가락과 대일밴드를 이용해 만들었다는군요. 비록 나무젓가락과 대일밴드로 엉성하게 만든 깃발이었지만, 그 안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한 힘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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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바로 그런 서툰 손길 속에서, 다정한 돌봄 아래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아이들이 보여준 즉흥적인 적응 능력과 순발력은 그 애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 관찰력, 유연성, 적응력 등이 현장에서 발휘된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능력이 갑자기 나왔을까요?

깊이와 넓이를 갖는 사랑의 집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던 시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의 삶도 외로움, 고난을 지나야 비로소 원으로 형성되며 붉게 익어갑니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 <붉디붉은 호랑이>, 애지, 2005



장석주(1955~ ) 시인은 “밥도 명예도 되지 않는 시를 어쩌다가 평생 붙잡고 살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일찍이 내 생이 불행과 슬픔으로 짜여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견디는 한 방식으로 시를 선택했는지 모른다.

하나 그마저도 긴가민가 불확실하다”라고 그의 책에서 전하기도 했습니다.


시인은 작은 대추알 속에서 세계의 거대한 기운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과일 하나를 바라보면서도, 그 속에 태풍과 천둥, 번개 같은 격렬한 자연의 힘이 응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붉게 익어가는 대추의 색은 단순한 농익음의 빛깔이 아니라, 자연이 수없이 겪어낸 폭풍과 시련의 흔적입니다.

또한 대추알의 둥근 모양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밤과 낮, 초승달과 태양이 교차하며 쌓아올린 시간의 결실이라고 합니다. 작고 평범해 보이는 한 알의 대추가 사실은 온 우주와 함께 빚어진 원(圓)의 결정체임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라는 울림은, 인간 역시 마찬가지임을 은유합니다. 작은 생명 하나도 우주의 모든 힘과 시간을 머금어 존재하듯, 우리 또한 세계와 함께 빚어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자각을 건네고 있습니다. 이 시는 평범한 과일 속에 담긴 거대한 시간과 세계의 힘을 발견하는, 서정적이며 동시에 존재론적인 사유의 기록이 됩니다. 작은 것 안에 큰 것이 있고, 사소해 보이는 것 안에 영원이 있다는 진리를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내가 시를 읽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고, 시어들이 주는 의미와 단어의 신기성, 독특성 때문이지 싶습니다. 시를 통해 익숙한 대상들을 조금 더 깊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새로운 시각과 감각에 눈을 뜨게 됩니다. 시를 만나고, 그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경험하는 짧은 시간 동안, 향유하는 정감과 풍요가 좋습니다. 시를 읽고 쓰는 모임에 참여한 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이 시간은 저를 부자로 만듭니다. 마음이 풍족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누고 싶어지니까요.


시는 행복의 숨결이고, 삶의 복잡함 속에서도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조용한 빛입니다.

시는 단순히 읽는 즐거움을 넘어, 삶의 순간을 다르게 느끼게 하고,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합니다.


346은 함께 한 가족원 모두의 나이를 합한 숫자라는군요. 그 숫자는 단순한 셈이 아니라, 사랑의 총합입니다. 함께 모여 손을 잡은 가족, 아이들을 돌보고, 자라게 하고, 또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사랑의 층수입니다. 곁에 있어준 가족의 숨결이며, 함께 한 현재 사랑의 높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수밖에 없는.

346이라는 숫자 안에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숨결이 들어 있고, 그 속에는 부모의 헌신과 아이의 웃음, 그리고 서로를 지켜주는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346은 곧, 살아온 시간과 돌봄의 무게이며, 가족의 사랑이 쌓여 올라간 높은 집의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