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버리지 말라고,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당신과 나를 우리로 연결할 그 어떤 경애 (敬愛)
서로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경애(敬愛)의 마음.
죽음에 대한 애도와 슬픔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슬픔 속에서,
“서툰 어부는 폭풍우를 두려워하지만 능숙한 어부는 안개를 두려워한다고...
앞으로 안개가 안 끼도록 잘 살면 된다고.
지금 당장 이렇게 나쁜 일이 생기는 거 안 무서워하고 살자고”하는 주인공.
어느 한 문장 버릴 수가 없는 작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도 깊숙하게 들어온 책이었는데,
그의 신작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줄거리가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다음 전개가 무척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소설이 재미와 감동을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면 그야말로 성공이지요.
책 속의 문장들은 허투루 보낼 것이 없습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친구인 염전 주인이 다가온다.
“아픈 건 다 나았냐?”라고 물으면서.
아주머니는 올해가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를 보낸다.
비가 많이 내려 염전도 다 망했다면서,
장마가 그런데 어쩔 것이야, 다음을 기다려봐야지. 그런다고 바다 소금이
어디 가버리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게 말이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까 돌아올 곳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고 있으면 사람은 걱정이 없다고.
.... p.66
어느 밤, 닫힌 성당문이라고 보고 싶어 하는 영두에게
순신이 묻는다.
구원이 뭐냐고?
수난이 그치는 것이 구원이라는 답에
다시 수난이 뭐냐고 묻는 순신.
그러자 답이...
나는 순신에게 손바닥을 펼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얼음조각이 놓여 있다 상상해 보라고.
그러면 어떻겠어? 하고 물었다.
순신은 아주 시원할 것 같다고 해서 내 김을 빼놓았다.
나는 지금이 겨울이라 생각해 보라고 다시 조건을 달았다.
이제 더 이상 매미도 울지 않고 나뭇잎도 일렁이지 않는다고, 길이 얼어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옷 밖으로 몸은 내놓으면 아플 정도로 바람이 차고.
그런 겨울에 손바닥에 얼음이 있으면 손이 얼겠지, 아프고 따갑고 시리겠지,
그런데 얼음을 내던질 수는 없고 가만히 녹여야만 한다고 생각해 봐.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험난하게 느껴지겠지, 그런 게 수난이고 그럴 때 하는 게 기도야.... p. 157
또 영두는 친구의 딸에게 말한다.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p. 318
많은 자료들을 치밀하게 참고하여 촘촘하게 씨줄 날줄 엮듯이 써 내려간 구성, 작가의 힘입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철저한 고증과 예리한 관찰로 이루어져 있어 그 풍성한 서사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였다고 추천평을 썼습니다. 저 역시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생선 잇몸이 시릴 정도의 추위‘라는 책 속의 표현이 머리가 쩍 갈라지는 차가움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 김금희 작가의 표현처럼 생선 잇몸이 시릴 정도로 매우 춥습니다.
그저
날씨 탓 만은 아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