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어느 날 엄마가 내 속옷을 사준다며 신포시장에 나를 데리고 갔다.
우리는 신포닭강정 가게 앞에 속옷을 파는 가판대에 곧 다 달았다.
엄마는 가판대에서 브래지어를 집어 들고 내게 맞는 사이즈를 찾으셨다. 그리고는 내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어디 맞나 한 번 입어보자!"
"엄마, 왜 그래? 싫어!"
하지만 엄마는 나의 말을 듣지도 않으시고 겉옷 위로 브래지어를 입히셨다.
시장 한 복판에서...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하는 것 같았다. 그때... 우리 반 반장인 희원이가 시장입구 쪽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제발 내 곁으로 오지 말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신은 나를 버렸다.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난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돌렸다.
하필 희원이는 내가 좋아하는 애였다!
나에게로 향했던 놀란 그 애의 눈빛이 내 가슴에 영원히 각인되어 버렸다. 그 애가 나를 모른척하고 지나간 후, 엄마는
"아유, 이게 딱 맞네... 아줌마 이걸로 주세요."
한동안 난 너무 치욕스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뭐. 지금은 그냥 피식 웃고 마는 어린시절 추억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