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 전까지 반드시 해야 할 일
과외를 정리한 후의 나의 일상은, 아주 평화롭다.
아침에 필라테스를 다녀온 후, 화상과외를 하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집 주변 산책을 두 시간 가량 한다.
그간 학업을 핑계로 못 만나던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만나고, 서로의 근황을 묻는다.
매주 주말에는 사촌동생을 가르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 시간을 갖는다.
자기 전에는 반신욕을 하고, 스킨케어를 꼼꼼하게 한 후, 스트레칭을 하다가 잠에 들곤 한다.
매 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야말로 불행할 이유라곤 없는 삶인데.
객관적으로 맘껏 행복해하기에도 모자란 삶인데.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던 시기가 있었다.
잠을 잘 못자서 수면 유도제와 멜라토닌 5mg에 의존하던 나날들이 많았다.
그렇게 이유 모를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한 책을 읽다 해답을 찾았다.
그 책에선 행복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삶' 이라 정의했던 것 같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 중요한 건, 현재에 집중하고 만족할 수 있는 태도인 것 같다.
나는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대체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문제는 '현생'을 살다 보면 그러한 태도를 너무 쉽게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많이 잃었다. 한때 사랑했던 것들이었는데, 더 이상 그것으로부터 감흥을 느끼지 않는 나를 보면 서글퍼지곤 했다. 사랑하고 아껴줄 만한 대상이 없는 삶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삭막한지.
본과 생활을 하며 이런 태도가 심해진 것 같다. 하루에 세 시간밖에 못자는 삶을 살며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고통을 더 뚜렷하게 인식하는 것과 같다. 나를 돌보지 않고, 멍하니 아이패드 속의 강의록만 읽는 삶. 그것은 일종의 회피였을 지도 모른다. 현재의 고통을 잠시 외면하는 일.
치열한 본과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지금도, 나는 눈 앞에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두고서, 그것들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언제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언제는 몸무게가 빠지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자기혐오를 일삼는다. 아무 것도 사랑하고 돌보지 않는 삶은 불안해지고,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가장 원초적인 것-음식- 에 의지하려 했던 것 같다. 악순환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나를 돌아보니, 확실히 나는 그간 강제로라도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취미들을 즐겼던 것 같긴 하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면,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현재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요가나 필라테스를 좋아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원래도 좋아했던 것들이지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 후로는, 양질의 식사와 충분한 수면만큼이나 요가나 필라테스를 꼼꼼하게 챙겨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이고, 현재에 집중하기. 요즘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부디 나를 둘러싼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나 자신과 화해를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