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시, 주제 주의
난해시, 주제 표현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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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넥타이를 매는 법을 잊어버려서
그냥 목을 졸랐지
기분 좋은 오후였어
냉장고 속에서 썩어가는 양배추가 비명을 지른다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하려다
입에서 검은 단추를 뱉었다
툭, 데굴데굴
저것 봐, 내 진심이 식탁 밑으로 굴러가네
커튼 뒤에는 누가 숨어 있나?
언니, 아니 형, 아니면 그냥 털이 많이 자란 고양이?
수프가 식었으니까 우리는 춤을 춰야 해
음악은 없어
발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이 리듬을 만들어 줄 거야
자전거를 타고 달나라로 가자던 약속은
세탁기 속에서 엉켜버린 스타킹처럼 질기기도 하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내 성별은 자꾸만 바뀌고
바지 입은 여자가 되었다가 치마 입은 남자가 되었다가
결국엔 바퀴 빠진 자전거가 되어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전화기 너머에서는 계속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려
누군가 욕조에서 잠들었거나
바다를 통째로 삼키고 있는 중이겠지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우리는 서로의 뺨을 때려주자
찰싹, 찰싹
가짜 콧수염이 떨어질 때까지
이 연극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웃지 않는 코미디를 완성해야 하니까
너는 왜 울고 있니?
아, 미안해
그건 내가 흘린 아이스크림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