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시, 주제 주의
난해시, 주제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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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얼룩이 지도 밖의 대륙으로 번져가는 동안
식탁 위에는 씹었다 뱉었다
물컵 속에 잠긴 틀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낼 때
지구 반대편의 빙하는 묵묵히 무너져 내린다
어제 산 화분은 잎사귀마다 검은 반점을 피워내고
너는 죽은 시인의 시집을 베개 밑에 끼워 넣는다
꿈속에서는 더이상 아무도 죽지 않는다
오후 두 시의 햇빛은 수술용 메스처럼 거실을 가르고
먼지들은 공중에서
정지한 채
비명을 지른다
베란다 난간에 앉은 비둘기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나는 내 안의 장기들이
제멋대로 위치를 바꾸는 상상을 한다
냉장고 모터 소리 거대한 짐승의 심장 박동
골목에서 트럭을 세우고 생선을 판다
비린내가 창틈을 뚫고 들어와
오래된 벽지 속에 숨어 있던 곰팡이들을 깨우고
우리가 나누지 못한 대화들은 바닥에 떨어져
딱딱한 껍질을 가진 벌레가 되어 기어간다
텔레비전 속 앵커는 입술만 벙긋거리며 재난을 예보하고 젓가락으로 허공을 집어 올리듯 무의미를 삼킨다
건너편 아파트 옥상에서 빨래가 깃발처럼 펄럭일 때
옷이 나보다 더 사람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손톱을 깎으면 투명한 껍질들이 반달 모양으로 흩어지고
잘려 나간 것들은 다시는 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 당연한 사실이 오늘따라 끔찍해서
깎다 만 손톱을 쥐고 멍하니 신호등을 내려다본다
초록 불은 켜졌는데 아무도 건너지 않는 횡단보도 바람이 불자 아스팔트 위의 전단지들이 죽은 새떼처럼 우르르 날아올랐다 가라앉는다
우리는 같은 식탁에 앉아 있지만
너는 남극을 걷고 있고
나는 사막을 횡단 중이다
그 사이로 식어버린 국그릇 위엔 기름때 같은 침묵만이 둥둥
전화벨이 울린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수화기를 들지 않아서 소리는 결국 벽에 부딪혀 스스로의 목을 조르고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껴
물컵 속에 잠긴 틀니를 꺼내 내 잇몸에 끼워 넣는다
딱, 소리가 나자
턱관절이 부서지며 시야가 뒤집힌다
천장의 얼룩이 쏟아져 내린다
아스팔트 위의 전단지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들러붙어
내 위를 걸어가는 너의 발바닥을 올려다본다
오후 두 시,
나를 밟고 지나가는 너의 뒤꿈치에서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