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머리만 대면 5분도 안 돼서 쉽게 잠이 들었다. 지금은 약을 먹고도 쉽게 잠이 들지도 깊게 잠을 자지도 못하는 불면이 일상이 되었다.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너무 괴로운데 침대에서 나오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 무기력한 상태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현실도피를 한다. 그렇게 현실도피를 하고 있으면 또 시간을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자괴감이 찾아온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쓰임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실수투성이에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짐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나는 나를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다. 끈기도 없고 새로 도전할 용기도 없어서 계속 회피만 하는 내가 너무 싫다. 겨우 버티고 있는 이곳에서도 언제까지 날 써줄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