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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May 26. 2023

아무튼, 운전

물리적&심리적 반경을 넓혀주는, 그리고 자유를 주는 것

2016년에 면허를 땄다. 운전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단, 기능시험이 어려워진다는 말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운전’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영역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교육된 상태에서 나가도 허둥대고,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게 운전인데, 왜 쉽게 시작하려 했을까. 면허증을 취득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운전대를 손에 잡지 않았다. 왜? 차가 없었고 현실적으로 운전이 필요한 일상생활은 없었으니까.

아직 깨끗한 뒷면

처음 혼자 운전을 하던 날이 생각난다. 하루 전부터 티맵 모의주행을 돌려보고, 혹시나 사고가 나면 어쩌지, 시트콤 <세 친구>의 안문숙처럼 차선을 못 바꿔서 부산까지 그대로 직진만 하면 어쩌지? 등등 오만가지 걱정이 들었다. 당일에는 차선을 바꾸기 1km 전부터 심장이 떨리고, 갑작스레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 후엔 등에 땀이 주르륵… 하지만 뭐든 간에 ’일단 해본 경험‘은 스스로 가진 경험의 폭을 확장한다. 두 번째 홀로 주행은 훨씬 수월했다.

유명한 세친구짤. 어렸을땐 마냥 웃겼는데 첫 운전하는날 갑자기 이 짤이 생각나며 급 공감. 하이퍼리얼리티 ㅎ


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다닐 수 있는 물리적 거리의 반경이 무한히 확장되었다. 더불어 심리적 반경까지도. 나를 멀리 데려다줄 수 있는 타인이 없어도, 이제 스스로 혼자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주 소소한 자유로움을 안겨주었다. 온전히 나만의 움직이는 작은 공간에서, 시시각각 창밖으로 바뀌는 풍경들을 뒤로하며 음악, 라디오, 팟캐스트를 들으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요즘 들어 소중해졌다.


물론 운전하며 제일 중요한 건 경험과 비례하는 겸손함이다. 온전히 편하기 시작하면 사고가 난다는 말이 있듯, 익숙함을 늘 경계하자. ‘어? 나 운전 좀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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