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ments we paused
여행지마다 일회용 카메라를 한 통씩 사서 들고 간다.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이랑은 다른 매력이 분명 있다. 찍는 순간 모르는 결과물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지난 바르셀로나여행도 기억이 휘발될 때쯤, 필름을 인화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여행의 기억을 반추할 수 있었다.
나는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다. 구도도 늘 엉망이고, 인스타 감성 이런 거 잘 모른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피사체에 대한 다정한 마음이 곧 내 사진의 시작이다. 보통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내 사람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그 순간이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
누구나 한번쯤 어린 시절 앨범에서 나 자신이 세상 목놓아 울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그 사진을 볼 땐 ’ 울고 있는 어린 시절 나‘에 포커스가 맞춰졌는데, 문득 이 사진을 찍고 있을 당신들의 표정이 그려졌다. 그 순간마저 남겨두고 싶은 애정 어린 그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가끔 뭉클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 봤던 전시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이런 이유로 따뜻했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찍은 사진들이 모인 전시지만, 우리가 멈춰 서고 카메라를 들게 한 그 순간의 감정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걸 담백하게 보여주었다.
굿즈샵에서 산 노트에 한동안 아름다운 일상 속 장면들을 기록해 봐야겠다. 사실 노트가 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소비명분이 쓸데없이 창의적이다. 그래도 이왕 산거 노트 주제대로 ‘the moments we paused'를 매일매일 모아보자. 그럼 좀 다채로운 시각의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