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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Jun 03. 2021

재택근무=자율성 기르기

집단의 루틴이 아닌, 나의 루틴으로 움직이는 연습하기

우리 회사는 작년 코로나 1차 대유행 때부터 전면 혹은 부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제일 큰 재택의 장점은 출퇴근길 러시아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만큼 내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업무 펑크가 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내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배가 덜고프면 점심을 늦게 먹는다던지, 외국과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있다면 오전은 조금 느슨하게 보내되 오후에 집중에서 일한다던지.. 즉, 내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managing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물론 team by team, 상사 by 상사겠지만, 신뢰와 자율이 언제나 전제된 우리 팀은 재택근무를 하나의 업무 형태의 일환으로 정착 중이다.


첫 재택근무 풍경


물론 단점도 있다. 제일 안 좋은 건, 자유롭지만 통제하지 않으면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제와 서야 고백하지만, 처음 재택을 시작하고 한 달 정도는 스스로 게을러지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출근시간이 save 되니 최소 한 시간은 늦게 일어나도 되고, 옷도 갈아입을 필요 없고, 화장품은 손을 대지도 않았다. 지켜보는 이가 없으니, 조금만 한가해지면 핸드폰을 보며 딴짓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마치 재수 시절 독학러로 공부하던 나를 다시 마주한 느낌이었다. 역시 자유는 엄격한 책임감과 자기 통제가 뒷받침 되었을 때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것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일이 자유가 안겨주는 기쁨일 것이다. (중략)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기에 그만큼 쉽게 가질 수도 없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책임과 통제, 자기 규율이 전제되어야 한다. 험한 대가를 치러야 하더라도 나를 끝까지 자유로운 사람으로 남고자 계속 노력하며 살고 싶다.” – 임경선, 자유로울 것 中-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될지라도, 머지않아 재택근무는 정상적인 업무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쏙 빠지고, 일을 위해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불필요한 것들 - 이를 테면, 무의미한 대화와 소맥만 오가는 회식, 상사에게 눈도장 찍기 위한 출근과 야근, 비효율적인 정치질, 은연중에 깔린 남녀 차별문화-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회사 구성원들과 ‘일로 만난 사이’로 엮이는 날이 자연스레 오고 있는 것 같다. 재택근무는 결국 집단의 루틴이 아닌, 나만의 루틴으로 자율적으로 내 생활을 끌어나가는 연습을 할 기회를 준다. 사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이 시대에, 평생 회사원으로 살아갈 것도 아니고, 언젠가 프리랜서의 계절을 한 번쯤은 거칠 텐데, 그날을 위해 ‘자기 통제와 책임을 엄격히 다하는 연습’을 지금부터 차차 해나가야 한다. 재택근무는 그런 독립적인 밥벌이를 위한 기초체력훈련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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