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팟캐스트 <요즘사>의 기록친구 리니 님 편을 들었다. 나의 기록생활을 회고하게끔 해준 에피소드였다. 기록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이라 정의되어 있다. 나의 현재가 과거화 될 때 빠르게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순간을 미래에 희미하게나마 남길 목적으로 무언가를 적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언제부터 기록을 시작했을까? 누가 시켜서, 숙제로 하는 것 말고 자발적으로 기록을 습관화했던 건 재수시절부터였을 것이다. 굉장히 악필인 것 치고는 기록을 열심히 해왔다. 매번 점수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열정이 식었을 때 다시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서, 공부의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못쓰는 글씨로 작은 노트 위에 그 당시 나의 마음을 꾹꾹 적어내려 갔다. 그 이후 그때의 기록을 다시 읽은 적은 없지만, 가장 순도 높은 기록이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나의 감정에 솔직한 글이었으니까.
대학에 가서는 크게 무언가를 기록한 기억은 없다. 아마 놀고먹느라 바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취업준비로 힘들 무렵에 다시 기록이 빽빽해진 걸 보면 나라는 사람은 마음정리, 생각정리가 필요할 때 기록이 시작되나 보다.
기록생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던 계기는 <컨셉진>과 함께한 ‘10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말 그대로 빠지지 않고 100일간 글을 쓰는 것이다. 생각보다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글쓰기’라는 워딩이 주는 부담감 때문인지 뭔가 있어 보이는 한편을 매일 완성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처음에는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아닌 이상 (작가님들도 쉽지 않을 듯) 매일 그럴싸한 한 편의 글을 완벽하게 작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때부터 글쓰기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100일을 채웠다.
100일 정도 하니 매일 무언가를 쓰는 것에 탄력을 받았다. 멈추기 아쉬워서 Notion에 그 기록을 이어나갔다. 그게 2022년이었고, 2025년이 되는 지금까지 <월간 기록>이라는 폴더에 나만의 하루하루 기록을 채워나가고 있다. 아날로그 손글씨 기록도 시도해 봤지만, 일단 아카이빙과 정리가 너무 어렵고 글씨를 쓰는 게 자신이 없었다. 나에게는 디지털 기록이 더 효율적이다.
무엇을 기록하냐고 질문을 받으면 쉽게 대답은 못할 것 같다. 매일매일이 다르니까. 오늘 만난 사람들, 재미있었던 대화, 가족들과 행복했던 순간,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기억 다스리기, 새로 가본 장소, 오늘처럼 들었던 팟캐스트에 대한 나의 생각, 특이했던 일, 여행 기록 등등.. 글솜씨는 부족하지만, 기록을 하고 가끔은 조금 길게 장문의 글도 쓰다 보면 그 순간에 굉장히 몰입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 쓰고 나면 산에 다녀온 듯 머리가 환기되는 기분이다. 정신근육이 조금 더 탄탄해진 듯한 느낌도 들고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한 새로운 종류의 기록은 바로 육아일기이다. 오늘 기준으로 7개월간 꽤 많은 기록이 쌓였다. 이 기록의 목적은 사전적 의미(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훗날 서빈이의 성장을 반추하기 위해서, 엄마 아빠가 일을 하며 바빴지만 마음만큼은 항상 너를 위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나아가 서빈이의 입장에서 본인 어릴 때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게, 커서 힘들거나 상처받는 순간이 올 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위로가 될 수 있게 꾸준히 서빈이만의 기록을 꾸준히 남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