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
고등학교 때부터 장거리 통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과천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고, 그때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바빴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인천-대학로라는 왕복 4시간 거리를 거의 매일 통학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어서, 그 시간이 그리 소중한지도 몰랐다.
요즘도 나는 송도-여의도까지 차로 편도 1시간 반 거리를 오간다. 외근을 다니면 차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대중교통을 탈 때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제약이 더 생긴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이 시간을 그냥 허비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가기 위해 ‘운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힘들지만, 무언가를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했다. 라디오, 팟캐스트, 세상 돌아가는 뉴스, 영어 듣기 등등.. 지식을 충전하기에는 최적의 시간이다. 요즘은 출퇴근 시간을 움직이는 서재에서 보내는 기분이다.
출퇴근길을 집과 일터 사이 마인드셋을 하는 시간으로도 종종 활용한다. 집-> 직장 출근길에는 오늘 우선적으로 할 일, 어떤 태도로 일할지 등을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생각하며 셀프 세팅을 하고, 직장 -> 집 퇴근길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받았던 일을 털고, 다시 나의 가족에게 집중하는 회복의 시간으로 긴 통근길을 오가며 서서히 전환한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긴 시간을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이동식 리셋룸’으로 출퇴근 시간을 재정의하자.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부대끼지 않고 확보된 혼자만의 시간. 생각보다 소중하다는 걸, 언젠가는 깨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