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에서 제일 첫번째로 찾아온 가장 기쁜 날은, 후덕하고 착한 아내를 맞이한 날이었다. 어려운 가정에서 고학으로 힘들게 살아온 설움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이날부터 초급장교의 쪼들리는 살림에도,빡빡한 부대근무의 피곤함도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꿀이 흐르는 사글셋방.
후속경사는 이어진다. 얼마아니하여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쁜 두번째날을 맞이하게되다니.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 고맙게도 내게 와 준 나의 맏딸, 세상을 다 얻은것 같다면 적합한 표현이 될가!
이대독자이신 아버지의 두 아들 중 맞이인 나와 일곱남매의 맞딸인 아내에게 너는 찾아온거야. 양가 모두의 괸심과 사랑을 너는 독차지했다.
첫째딸은 아버지를 닮는다고들 하는데, 너는 자라면서 나를 많이 닮은거 같아. 고집과 자존심하며 성격까지가그래.
휴일이나 퇴근후 딸바보가된 아빠는 자전거 앞에다 너를 태우고는 김해읍내 이곳저곳을 목적없이 돌아다니기도하고,동기생들 하숙집에 너를 안고가서 은근히 자랑했어.
어느날 연탄아궁이 단칸방에 우리 셋이 깊이 잠든 한밤중 여느때와 다른 너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아빠는 잠이 깼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몽롱하다. 연탄개스중독이다. 엉금엉금 기어서 방문을 열어재키고, 엄마를 깨우고, 주인집아줌마가 동치미국물을 떠오고,..
사랑하는 내 맏딸이 하늘의 명을 받고 엄마아빠를 깨운건가?
야평관사에 살 때, 우리 가족은 다섯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너는 공동묘지가 있는 산길을 넘어야하는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고,용케도 혼자서 책가방을 메고, 그 산길로 등하교를 했다.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달려와서 동생들을 돌보고 같이 놀아주었어. 맏딸노릇을 제대로 하드군. 아빠는 부대업무가 바쁘고, 술자리도 많아져서 너희들에게 많이 소홀했다.육아며 집안일은 안사람(內子)의 몫이고,바깟사람은 집안일에는 소홀해도 부대일에 충실해야한다며, 잦은 술자리와 늦은 퇴근을 합리화했던게 너무나 미안하구나.
너희들은 군인가족으로서의 어려뭄을 맏딸을 중심으로 화목하게 극복하고, 잘 자라주었다.
잦은 이사로 국민학교를 대여섯번씩이나 전학을 해야했으니, 그 고생이 오죽했을고. 새로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랴, 텃세도 이겨내랴,새친구 새기랴.
너희들에게 제일 미안한건 칭찬에인색했던 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겟하나*고 하는데, 나는 괜한 욕심으로 칭찬보다는 꾸중만 많았다.
및달전에 생각의 차이로 네게 안할 말을하고, 늦은 밤시간에 만류를 모질게 뿌리치고 나와버린 것이 네겐 크게 서운했겠구나. 그러고는 서로 왕래는커녕 대화도 단절된채 서로 먼저 사과하기를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큰사위와 큰딸이 내게 온다고해서,나는바쁘게 집안정리를 서두르고,현관에 들어서는 너희둘을 한꺼번에 껴안고는 아무말도않았다. 괜히 눈물만 보일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