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 고운 말

by 홍홍강

우리의 일상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시작이요 끝이다. 말 한마디가 독화살이 되어 꽂히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와 희망이나 용기를 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글은 말을 대신하여 시간의 제한을 초월해서 다수에게 쓰인다. 말과 글은 인간관계와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쓰여야지 아무렇게나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되는 보검이다.

좋고 고운 말을 쓰도록 깨우치는 말은 많기도 하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펜은 칼보다 무섭다.'


불특정다수에게 알리는 말은 글로 바뀌어 게시공고되어 내게로 온다. 마을버스 벽면에 '차량운행 중 이동하다 다친 사고에 대해서는 일체 책임지지 않습니다.' 오늘 외부로부터 처음 내게 온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협박하는 건가! 나는 하루 종일 기분이 언짢을 것 같다. 좋은 말, 고운 말은 없을까? 오는 말이 저러하면, 가는 내 말은 고울까?

다른 마을버스에는, '버스 급정차 시 넘어질 수 있으니, 버스 내 손잡이를 꼭 잡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는 말이 한결 고우니 버스회사와 기사에게 가는 말과 내 마음도 고와진다. 나를 걱정해 주니 고맙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걷거나 뛰지 마세요.' 명령조의 이런 글이 수없이 많이 보이지만, 공염불이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왼쪽은 아예 뛰거나 걷는 사람을 위해 길을 내어 준다.

신갈역 1번 출입구는 상하행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 걷기 운동이 필요한 분께는 계단이용을 추천드립니다.' 훨씬 좋으며 고운 말이다. 밝은 마음에 더하여 미소가 함께한다.


가게에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재미난 글귀로 나를 웃게 하기도 한다.

'아무리 추워봐라,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어느 실내포장마차의 통유리로 된 출입문에 크게 써 놓은 글이다. 겨울이 지났으니, 지금은 어떤 글로 바뀌었을까 궁금하다.

'다른 집 견적서 꼭 가져오세요. 그것보다 무조건 싸게 드립니다.' '사장이 착해서 비싸게 못 팜.' 기흥구 어느 휴대폰가게에 쓰인 글이다. 글쎄, 믿어도 될까?

'우리 매장이 왜 안 망하는지 알아? 친절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지!' 양재역 근처의 어느 휴대폰가게이다. 믿거나 말거나겠지.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좋은 말, 고운 말의 기억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느 잔디밭 한가운데로 사람들이 밟고 다녀 길이 되었다. 잔디보호를 위해 '잔디를 밟지 말 것'이라는 명령조의 글을 쓴 팻말을 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팻말의 글을 아름답고 고운 말로 바꾸니까 잔디가 되살아났다.

'' 사랑해 주세요. 잔디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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