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호시절이다. 온 세상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뛰쳐나와 힘차게 새 출발을 한다.초목은 새싹을 틔우고, 농부는 농사준비로, 학생은새학기 공부준비로 각기 바쁘다.모두들 희망에 넘친다. 꽃도 피우고,열매도 맺게 되겠지.
내게는 봄이 와서 새 학기를 맞을 무렵이면 잊지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되는 추억이 있다. 1961년 나의 봄은 암울했다.
소망하던 대학진학은커녕 고등학교 졸업도, 취업도 못하게 되었다. 서량하게 열심히도 살아온내게, 세상은 이래도 되는가? 나는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이다지도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게 되었는가? 신문팔이,구두닦이, 아이스케키장사, 가정교사 등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줄곧 우등생이었는데ㅡ. 이쯤에서는 하늘이 나를 도와야 하는게 아닌가?자업자득? 진인사대천명?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죄다 거짓이었나? 테스형, 나만 왜 이래?
1960년, 입주 가정교사를 하면서, 전액면제 장학생으로 부산공고에 잘 다니고있던 2학년2학기 때 선배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고졸출신 취업자는 박한 대우뿐 아니라,장래 희망도 없다는 것이다. '우짜든지 대학에 가야한다'는 막연핝ㅈ생각으로 대책없이 덜컥 자퇴부터 했다.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겠다는 심산이다.
동가숙서가식하며 헤매다 운좋게 옥천사라는 고찰에서 부잣집아들 재수생을 만나 동숙동식하며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이듬해 그 친구는 서울공대에 합격해서 떠나고나니. 나는 또다시 오갈 곳이 없다. 검저고시도 예체능과목에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앞이 캄캄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내 인생은 여기까지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니까 포기는 말아야하나?
신낱같은 희망을 찾았다. 역사도 짧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마산공고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장학생으로 받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다른 길은없다.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이것 아니면 나는 죽는다'이다.
매일 학교뒤 논뚝길로 걸어서 출퇴근하시는 교장선생님을 퇴근시간에 논뚝길에서 기다렸다. 선생님앞에서 넙죽 절하고는, 다짜고짜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공고에 수석입학해서, 전액면제 장학생으로 2학년말까지...' 들으시거나 말거나 큰 소리로 늘어 놓았다. '저를 장학생으로 허락해 주시면, 학교의 명예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들은척도 않으신다.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같은곳에서 같은 말. 셋째날은 걸음을 멈추시고, '관련되는 자료를 가지고, 내일아침에 교장실로 와.' 오오 하늘이시여! 제게 길을 열어주십니까?
조건부 전액면제장학생으로 3학년에 편입되었다. 한달후에 있는 부산일보장학생으로 합격하는 조건이다.불합격 되면 자진 퇴학이다.
부일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산공고의 명예를 빛내는데 일조를 했다.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1961년 봄은 죽어가든 내가 되살아난 잊을수없는, 은혜를 잊어서는아니되는 찬란한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