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예찬

by 홍홍강

'나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가수 이적의 '노을'이다. 나는 우아하게 늙어가고 있다. 퍼질러 앉아서 대우받기만 원하거나 할일없이 시간죽이기에만 몰두하면 늘어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자랑할 일이 아닐진 몰라도,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슬퍼할 일은 아니다. 올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온 모든 노인들에게 늙음은 행복이며 축복이라 생각한다.

호박은 늙어야 단맛이 나고요,과일이나 술도 익어야 제맛이 나듯, 우리네 인생도 늙어야 제맛이 나지 않겄는가!

''산수(傘壽)를 넘겼으니, 살만큼 살았다. 이제부터는 덤으로 사는 것이니 모르는게 약이라 건강진단도 받지말고, 오래 살겠다고 아등바등 애쓰는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죽을 날을 조용히 기다려야지.''라는 어느 친구의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노후에 자유롭고 편안하게 나만을 위한 삶을 즐기기 위해서 지금껏 온갖 모든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기능이 다소 나빠지긴했지만, 사지가 멀쩡하고, 오장육부가 온전하다. 이제부터는 누구의 눈치를 살필 일도, 시간에 쫓길 일도, 하기 싫지만 해야할 일도, 이겨야할 상대도 없다. 모난 저약돌을 어루만져 예쁜 몽돌로 만드는 물결처럼 모나지않은 포근함을 안고,그저 내마음 가는대로 사랑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기만 하면된다. 혹자(或者)는,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사고(四苦)는 어쩔거냐''고 할지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무위고(無爲苦)? 백수과로사(白手過勞死)라 하지 않던가! 나이가 드니까 모임도 많아진다. 백수니까 빠질 구실도 없다. 사서도 하는 고생은 젊어서만 하는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무료하면 사서라도 고생을 하면, 바빠지고 행복해지고 덤으로 성취감도 따라온다. 매주 수필 한편도 써야하고, 읽어야할 책도 많아 무료함을 느끼는 고통은 내게는 해당무다.


고독고(孤獨苦)? 나이가들어가면서 나의 인간관계는 좁아지지 않고, 오히려 넓어진다. 친구들도 새로 생기고 정기적인 모임도 많아진다.

고독감은 마음을 닫아서가 아닐까. 나는 고독하지 않다.


빈고(貧苦)? 자식들이 그런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내가 도울 일은 없고, 내게도 조금의 수입이 있으니까 도음 받지않고도 검소한 품위유지에 충분하다. 뜨거운 물에 발만 담그는 족욕(足浴)으로도 온 몸에 땀이 흐르듯, 발목까지만 차면(滿찰만), 만족(滿足)하는 검소함이 베어 있으니까. 나는 가난하지 않다.


병고(病苦)? 나는 내 몸이라는 자동차를 평생 타고 있다. 주기적으로정비공장에서예방정비도하고, 고장이 있으면 고친다. 평소에 닦고 조이고 기름친다. '내몸은 내가안다'며 아는 척 하지않고, 의사와 약사의 도움을 불평없이 받아들인다.내가 보살핀만큼 내몸은 내게 보답한다.


우리 수필문학반을 지도하시는 민정애 선생님의 '나이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제하(題下)의 글 일부분이다.

''내몸 여기저기에서 신호등이 켜진다. 노란 불이면 다행이다. 빨간 불이 켜지기 전에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

''나이는 내가 경험을 통해서 배운 많은 것을 간직한 소중한 선물이다. 내 나이를 소중히 여기며, 나의 노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품위있게 익어가고있는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정말 행복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