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도 가지가지

by 홍홍강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기 토크쇼 '황금 연못'을 시청했다. 출연자 몇 분이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셋방살이 애환(哀歡)을 털어놓는다. 하나같이 슬픈 추억뿐이지, 주인과의 따뜻하였거나 즐거웠던 이야기는 없다. 셋방살이의 설움이 왜 없었겠는가! 무엇보다도 방 빼라는 말이 나올까 봐 온 식구가 주인집 가족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나날은 서러웠을 것이다.


동식물의 셋방살이는 어떨까? 셋방이란 세를 내고 남의 집을 빌려서 쓰는 방이다. 방세도 내지 않고 더부살이하려는 식물이 있다. 주인이 흙을 갈아엎고 거름도 뿌려놓은 논밭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떡하니 자리 잡은 '잡초'는 뿌리째 뽑혀서 방을 빼야 하는 서러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겠구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이 있다. 새로 들어온 녀석이 본래의 주인을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라고! 근대 있다. 다른 종류의 새둥지에다 자기 알을 낳아, 그 둥지 주인이 대신 품어서 기르도록 하는 탁란(托卵)이다. 그뿐만 아니라, 배은망덕하게도 탁란 된 새끼가 먼저 부화를 해서는 주인의 알을 동지밖으로 밀어내어 떨어뜨린다.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드니.'' 동요 '오빠생각'의 주인공인 여름철새 뻐꾸기가 그 녀석이다. 나쁜 놈!!!


나의 셋방살이는 신혼 초 1969년1윌부터 월세 500원짜리 사글셋방에서 시작하여 6년쯤이나 계속되었다. 나는 셋방살이의 설움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호스트 가족과 친척 못지않은 정을 나누며 즐겁게 지냈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주인아줌마와 아내는, 커피타임이 일상이었다. 음식도 서로 나눠 먹고, 놀러도 같이 다니기도 하고, 연탄불도 서로 갈아주고, 생활정보도 서로 공유하며, 주거니 받거니 정을 나누었다. 주인집과 같이 쓰는 화장실과 펌프, 열악한 시설... 어느 것 하나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김해에서는 연탄온돌방바닥에 틈이 생겨서 자다가 가스중독으로 큰 일 날 뻔했지만, 바닥을 고치고 그 집에서 그대로 살았다. 주인과 그 일로 다투거나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가는 정 오는 정?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

셋방 운(運)?

2025.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