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弘康
오늘은 4월초파일(初八日), 부처님오신날이다. 크리스마스(기독탄신일)가 그러하듯 불교도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축하하는 명절로서 국가 공휴일이다. 금년 부처님오신날은 어린이날과 겹쳐서 월요일인데도 다음날이 대체공휴일이어서 가족나들이가 많다.
불교는 일찌기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전래되었고, 천주교는 1400년쯤 뒤 18세기 후반에야 저래되었다 한다. 하지만 기독탄신일이 국가공휴일로 제정된 것이 1949년인데 비해, 석가탄실일은 26년이나 뒤인 1975년에야 국가공휴일로 제정되었다.
이성계의 쿠데타로 세운 조선왕조에서는 자기들의 정당성확보를위해, 고려말기의 불교폐단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을 펼쳤다. 사찰은 산속으로 강제 이전 되고, 승려는 도성출입도 금지시켰다. 오래된 불상들 중에는 머리가 없거나 훼손된 것들이 있다. 속담에도 '스님'이나 '승려'대신 '중놈'으로 표기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금까지도 '목사.신부는 '목사님.신부님'인데, '스님은 '중놈'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굿간과 마리아는 유치원생도 다 아는데, 룸비니동산과 마야부인은 대학생도 모르는 자가 많다.
매년 초파일에는 아내와 둘이서 수원 용주사와 주변의사찰 두곳을 찾았는데, 오늘은 애들과 원주에 있는 자그마한 구인함에서 참배하기로 했다. 5월의 영동고속도로 좌우로 펼쳐지는 푸르름이 짙어가는 산야의 향긋함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고속도로에 웬 '비트밖스'? 비트박스(beat box)는, 대중음악에서 손과 입으로 리듬을 만드는 것인데....? 그게 아니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고장시의 행동지침이란다. ''비상등 켜고, 트렁크 열고, 밖으로 대피, 스마트폰 신고.''
줄임말로 만들어내는 신조어홍수에 밀려,나는 어쩌지도 못하고 '꼰대'를 면할 길이 없다. 젊은 꼰대도 있단다. 그는 '젊꼰'이라나.
구불구불하지만 잘 포장된 단차로를 따라 얼마아니오르니, 삼면이 나즈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포근한 사찰이 정겹다. 대웅전에 들어서 합장반배를 한후. 부처님께 오체투지(五體投地)큰절을 세번 올린다.
욕불기(浴佛器)안에 모셔놓은 탄생불(誕生佛)에 바가지로 물을 세번 끼얹는다. 부처님이 태어 나시자 구룡(九龍)이 와서 입으로 물을 뿌려 목욕을 시켰다는데, 나는 오늘 바가지로 내 마음에 물을 뿌려, 나를 해롭게하는 탐진치(貪嗔痴:탐낼탐. 성낼진. 어리석을 치)삼독(三毒)을 씻어내고자 소원해 본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毒尊:독선이 아닌 인간존중). 모든 생명체의 존엄함이여! 나도 존귀하고, 너도 존귀하고, 그도 존귀하도다!
대웅전 밖으로 나와 토속신앙인 삼성각에 기도
드린다. 어머니께서 나를 위해 치성(致誠)을 드리셨다는 산신령님이 칠성님과 독성님과 함께 모셔져 있다. 산신령은 백발에 긴 흰 수염, 흰옷,지팡이,그리고 호랑이.
아래쪽에 관세음보살상이 세워져 있다. 자비를 대표하는 보살로서, 중생의 소리를 듣고 어디든지 몸을 나투어 구해준다. 보살은 원래 성별이 없지만, 그림이나 조각에서 여성의 형상으로 나타내는데, 요즘 우리가 말하는 미인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많이 포동포동한 여성이다. 중국역사상 최고의 미인이라는 양귀비도 많이 풍만하다. 하나, 성모마리아는 날씬하다. 동서양의 미인관의 차이인가, 동서양인의 골격의 차이인가?
초파일의 점심공양은 당연히 산채비빔밥이다. 산나물은 데친 것도 있지만, 생채가 더 많아서인지, 맛도 맛이려니와 그 향이 무엇과도 비교되질 않는다.주변의 꽃과 수목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늦추위로 작약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꿏망을만 봉긋봉긋하다. 넓게 번져있는 꽃잔디는 자기들 동네는 몸으로 감추고, 얼굴만 화사하게 웃고있다. 꽃말이 '온화'라니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닿는것 같다. 행복한 하루였다.
2025.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