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

by 홍홍강

나를 나태의 늪에서 건저 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은 이름이 뭘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예쁘지 않고, 오래 보지 않으면 사랑스럽지 않은 그 풀꽃은 대체 어떤 녀석일까?

필시(必是) 그 꽃은 키가 나지막해서 몸을 숙여서 보아야 하며 화려하거나 야하지 않아 얼핏 보면 예쁘지 않고, 길가나 담장옆에 초라하게 피는 한해살이라 오래 보지도 않을 꽃일 게다.


내가 나들이를 할 때면, 단차로(單車路)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100여 미터를 지나게 된다. 그 도로변 콘크리트 바닥과 담장사이의 좁은 틈새에 자라는 몇 그루의 야생화가 있다. 그 길을 오갈 때마다 만나지만 그냥 지나친다.

지난해 햇살이 밝은 어느 여름날, 그 길을 걷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피하느라 비켜섰는데 그 꽃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비좁고 척박한 땅에서지만 햇볕이 잘 들어서인지 튼실하게 자라 곱게 피운 그 꽃은 예뻤다.

연약한 붉은색 줄기에 다육(多肉)이 마냥 통통한 연한 초록색 잎과 다양한 색깔의 예쁜 꽃 ㅡ 더없이 순하고 착한 어린아이의 밝은 웃음을 닮아,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고마워. 미투.^^'


내가 데려가서 깊고 넓은 화분에 앉혀놓고는 영양제와 물도 주고, 세찬 비바람도 막아주고, 밟히지도 않게 막아주고 싶다. 매일 만나며 함께 반려하고싶다.

'꺾꽂이가 되는 것이니까 줄기 중간을 싹둑 잘라다가....?''한두 송이를 꽃삽으로 푹 떠다가.,.?' 아니 될 말! 명백한 도둑질이다. 그보다도 내가 무슨 권리로 저 애기의 행복을 망가뜨릴 수 있나! 내가 입양해도 잘 키운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방법은 하나. ㅡ 씨가 영글기를 기다리는 거다. 씨를 받아서 퍼뜨리는 건 도와줌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금년 봄에 우리 집 베란다정원(?), 작년에 상추를 기르던 기다란 화분에 씨를 뿌리고는 한 달쯤인가 지나서 새싹들이 흙덩이를 밀치고 솟아오른다. 야생화에서 정원화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매일 아침 오고 가는 인사를 거름으로 하여 쑥쑥 자란다.

화분에 가득 차서 베란다화단이 풍성해지고, 내 가슴도 부풀어 오른다. 행복이 뭐 별거든가?

가족단톡방에 이 녀석들의 자라는 모습을 수시로 전하며 자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딸이 배양토와 화분을 준비해 와서 분양해 갔다.

6월 하순경 인가부터 연한 녹색이던 줄기가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줄기 끝에 콩알보다 작은 꽃봉오리가 달린다. 밝은 해를 만나면 한두 송이가 피는가 했더니, 며칠아니하여수도없이피어재낀다. 색깔도 가지가지. 빨강. 노랑. 주황. 보라. 흰색.... 밝은 낮이면 언제나 환히 밝게 웃어주는 나의 반려!


이 녀석은 자그마하고 여린 데다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꽃말이 순진. 천진난만인 밝을 때만 밝게 웃어주는 나의 반려 채송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너 는 채송화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

2025.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