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하는 육아

(에피소드 4)

by Elara

매일 반복되는 육아와 가사, 직장 일을 병행하다 보니 점점 삶의 여유가 없어졌다. 급기야 매일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몸과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 행복 연구 센터장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라는 책을 읽다가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음미하기’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음미하기란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을 말한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겨울 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 소소하게 음미할 것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 있다고 한다.

아이와 하루를 보내면서 아이와의 일상을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는 마음의 습관이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므로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되풀이하기로 했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Ep1. “일어나자~ 7시야!” (실은 6시 45분이다.)

나는 얼굴에 스킨, 로션을 바르며 아이를 깨운다.

“일어나자~ 7시 30분이야!”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앞머리를 고데기로 말며 나는 한 옥타브 큰 소리로 아이를 깨우지만 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를 재차 불러보지만 아이는 묵묵부답. 아직 꿈나라에서 탈출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의 분노게이지는 상승중이다.

아이를 깨우려고 발을 만지작거리는 그 순간을 나는 음미한다. 분노게이지의 급하락이 느껴진다.

‘아우~보들보들해.’

아이의 발을 만지면서 나도 하루의 에너지를 얻으면서 시작한다.

‘엄마가 업어줄게. 나가자! 얼른 일어나!’

Ep2. "얼른 씹자! 시간 없어.“

“먹고 있잖아!”

“그렇게 천천히 씹을 시간 없는데..엄마는 이제 곧 나가야 해. 지금 이대로라면 나도 너도 지각이야.”

아이는 입에 밥을 물고 눈을 감은 채 세월아, 네월아 하며 먹고 있다.

마음이 급한 나는 아이의 입에 밥이 한 가득인데도 밥숟가락을 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결국 숟가락의 밥을 내 입으로 넣는다. 밥그릇의 밥이 없어져야 우리는 이 전쟁 같은 아침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잘 다녀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도 학교 잘 다녀와! 운전 조심하고!”

“우리 조금 있다 다시 만나자!”

아이와 나는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다시 만날 시간을 기약하며..

친구를 향해 뛰어가는 아이의 등굣길을 보면서 가만히 바라본다.

‘음~ 정신이 하나도 없군. 그래도 덕분에 엄마도 아침밥 해결!’

Ep3. "엄마 오늘 학교에서 엄청난 일이 있었어. A친구가 지나가다가 B친구를 툭 치는 바람에 A친구의 옷에 물감을 쏟아버린거야. 그래서 A가 펑펑 울었어. 가장 아끼던 옷이였대. 내가 다 속상하더라.“

“C 친구가 급식실에서 밥을 먹으면서 계속 말을 하더니 자기 입에 있는 밥풀이 내 식판에 튀어서 밥을 못 먹었어. 진짜 짜증났는데 내 구부러진 젓가락을 펴줘서 마음이 풀렸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나를 보자마자 쏟아내는 아이의 조잘대는 목소리를 들으니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몸의 긴장이 풀렸다.

“나를 반기는 가족과 돌아올 집이 있어서 다행이야.”

매일 마주하는 육아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나에게 선물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가면서 하루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희노애락의 순간을 천천히, 깊이 관조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습관을 가진 나는 요즘 안녕하다.



음미하는 육아의 맛은 어떨까?

“엄마. 이 음식 먹어봤어? 간은 본거 맞지? 엄마 음식은 항상 싱겁더라. 간을 보는게 맞는건지....나 원 참”

이 맛은? 쓰다.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아이를 데리러 간 어느 날, 하루 종일 업무가 너무 많아서 식사할 시간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아이 학원 시간에 맞춰 서둘러 데리러 간 나를 보자마자 아이는 짜증을 퍼부어댄다. 그날 따라 지칠 대로 지쳤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설움이 복받쳐 핸들을 잡고 울었다.

짜다.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의 맛. 참기 힘들 정도의 짠 맛도 있다.


육아는 단짠단짠의 반복, 새그럽거나 매운 맛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단맛을 찾아 오늘을 음미한다! 살맛나는 육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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