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보고
'질투라곤 몰랐던 마초 기자와 재벌남이 생계형 기상캐스터를 만나 질투로 스타일 망가져 가며 애정을 구걸하는 양다리 로맨스'. 다음 문장은 포털사이트에서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검색하면 기재되 있는 줄거리이다. 뼛속까지 상남자를 자처하던 이화신 기자가 사랑하면 찌질함의 끝을 보여준다는 질투를 하게 된것은 그 여자를 사랑해서일까, 질투가 나서 사랑하게 된 것일까. 줄거리부터 뻔뻔하게 양다리 로맨스라고 밝힌(?) '질투의 화신'은 가만히 보면 모든 등장인물들이 삼각관계로 꽁꽁 얽혀 있다. 표나리와 이화신, 고정원부터 표나리의 동생 치열과 빨강, 대구를 봐도 그렇다. 이 지긋지긋한 삼각관계는 이화신의 형과 2명의 형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심지어 2명의 형수들은 다시 한번 똑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딸, 빨강이를 두고도 삼각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저번주에 종영을 한 '질투의 화신'은 이 모든 삼각관계를 종결시켰다. '더 질투한다는 건 더 사랑한다는 거니깐.' 라는 빨강이의 대사와 함께.
여자인 나는 이화신이라는 남자 때문에 울고 설렌적이 많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표나리라는 여자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표나리는 계약직 기상캐스터이지만 방송국의 이런저런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 소위 푼돈을 더 벌고 있다. 방송국에서 어느 하나 본인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 없고 본인도 몰래 아나운서 경력직을 지원하지만 갑작스런 소나기 소식엔 본인이 꼭 잘못한것마냥 쩔쩔매는 직업정신이 아주 투철한 기상캐스터 표나리이다. 그런 그녀 때문에 친한 친구사이인 화신과 정원은 철천지원수가 되버리지만 본인 마음은 2개라며 두명 다 좋다며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리는 셋이 같이 살아보자는 파격 제안을 한다. 여태까지 우리가 봐온 많은 드라마에선 어장관리라고 욕먹는 여주인공들이 부지기수였지만 우린 나리를 쉽게 욕할 수 없다. 본인 마음이 2개라서 화신과 정원 모두를 좋아하는 것도,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둘 중 하나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한다. 결국 나리는 질투라는 제일 솔직하면서도 낯부끄러운 감정을 통해 자신의 하나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질투하면 사랑한다는 것일까.'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서 던진 수 많은 질문들. 이건 마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만큼이나 어려운 것같다. 이 질문들에 대해 마지막회에서 화신은 대신 정리해준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나리에게 '몰라가 쌓여서 지금 니 옆에 있는 거잖아.'라고. 애초에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빨강이는 결국 2개인 마음 중 하나도 버리지 않고 삼각관계에서 하나의 마음을 이끌어냈고 나리는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사이의 마음의 교집합을 찾아낸다. 수 많은 선택지 중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본인이고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것도 본인이다. 어쨋든 약 2달동안 나리와 화신, 정원 그리고 많은 이들덕분에 즐거웠던 것은 더할나위 없이 하나의 fact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