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주 Aug 25. 2016

고전이 불멸하는 이유.

알프레드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 이름만 무성히 들어본 적이 민망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무려 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 시대에 제작된 그의 영화들은 영화사에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영화를 본 적이 없는 나도 그의 영화 '싸이코'의 유명한 샤워 장면은 수도 없이 많이 봐 왔고 들어 왔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의 영화는 이토록 유명하며 서스펜스의 대가라고도 불리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히치콕 특별전 상영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평소 보고 싶었던 '싸이코'와 '새'를 보게 되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이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올 줄 안다고 생각하죠. 그리곤 전 말하죠. 정말? 과연?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난 더 이상 할말이 없어졌다. '싸이코'의 첫 장면은 허공에서 시작해 어느 한 건물 창을 통과하며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는 커플로 시작한다. 여자 주인공처럼 보이는 마리오는 회사의 돈을 훔쳐 달아나던 중 허름한 한 모텔에 머물게 되고 다소 허망한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우린 집중할 주인공을 잃는다. 그리고 영화는 마리온의 실종을 쫓는 추리물로 결을 달리 하게 되고 마리온을 찾는 주변인물로 그리곤 다시 마리온이 묶었던 호텔 주인 노먼으로 이입을 옮겨 간다. 우리는 쉴 새 없이 히치콕 감독이 의도한 맥거핀에 발이 걸려 넘어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영화 '새' 는 히치콕 영화 중 가장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라고도 한다. 1,2부로 나뉜 듯한 전개 구성을 가진 영화'새'는 여타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배경음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새의 지저귀는 소리와 날개 소리뿐이다. 자연이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난영화와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영화 '새'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무분별한 사람에게 표출되는 인간의 모습과, 강해지고 싶다고 계속해서 외치는 미치의 어머니가 새의 습격을 받은 다니엘스를 위로해 주는 모습에 따라 약해지기도, 강해지기도 하는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이 두 작품만을 가지고 히치콕의 세계관 등을 논하는건 어느 정도 무리가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이 두 작품만으로 그가 왜 명실공히 대가인지는 충분히 알 듯 하다. 무려 60년대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감이나 이질감이 없는 두 작품.

 과연 고전이 불멸하는 이유를 알겠다. 히치콕 감독이 고수하는 편집법과 촬영, 시그니처 배경음 만으로 색이 없는 흑백영화 '싸이코'를 그가 가진 서스펜스의 색으로 꽉꽉 채웠다. 허망한 죽음을 당한 마리온의 눈동자를 당분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알프레드 히치콕, 그의 영화들은(적어도 내가 본) 맥거핀으로 귀결되며 끝까지 관객들을 배신한다, 긍정적인 의미로. 이제는 함부로 그를 안다고도, 그의 작품을 보지 않고 떠들지 못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