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악의 하루'를 보고
영화 '최악의 하루'는 정말 말 그대로 하루 안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또 다시 은희가 있다. 영화속에서 은희는 처음 만난 남자, 료헤이에게 자신의 직업은 거짓말을 하는 직업이라고 소개한다. 하루가 끝날 때 쯔음 다시 만난 료헤이에게 은희는 자신은 늘 연극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은희는 하루 동안에 총 3명의 남자를 만난다. 시놉시스에도 나와 있듯이, 전에 만났던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오늘 처음 만난 남자, 이렇게 3명이다. 그리고 우리는 동시에 3명의 남자를 만나는 각각의 은희를 만난다. 운철을 만나는 은희는 자신을 그보다 더 도덕적으로 우월한 자리에 갖다 놓는다. 이혼한 전 아내와 재결합을 하기로 했다는 운철앞에 은희는 누구보다 배신감에 휩싸인듯 보이지만 그 순간도 그녀는 연극을 하고 있다. 현오를 만날 때 은희는 투정 부릴 줄도 아는 친구 같은 애인으로 다시 모습을 바꾼다.
그런 여러 명의 은희가 결국 다 들통이 났을 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양면, 아니 다방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구를 만나거나 어떠한 상황에 있을 때 나의 수 많은 자아 중 한명을 꺼내 연극을 시작할 수 있다. 결국 혼자 남겨진 은희는 연습했던 대사를 읖조린다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연극을 할 때는 진심이라는 은희의 대사, 끝나면 모두 가짜가 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니 쉽사리 은희를 비난 할 수가 없다. 왠지 은희의 하루가 낯설지 않은 이유이다.
서촌과 남산을 은희와 함께 걷고 있으니 내 속의 수 많은 은희들을 꺼내보고 싶어졌다. 조용한 늦여름의 날씨지만 속 시끄러웠던 은희의 하루가 끝이 났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에요. 주인공은 꼭 행복해질꺼예요."라는 료헤이가 꼭 하고 싶었던 소설의 이야기가 꼭 은희와 나의 이야기가 되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