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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Nov 09. 2016

저마다의 균열을 채워주는 것.

영화 '라우더 댄 밤즈'를 보고

 어떤 생각이나 감정은 예상치 못하게 표현되거나 표출되곤 한다. 영화 '라우더 댄 밤즈'는 종군 사진기자였던 엄마의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감정 표현 이야기이다. 아니 여기엔 엄마도 포함된다. 엄마는 일을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집을 비운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지역에서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언제나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이방인이 된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런 엄마의 교통사고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어린 막내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된 아빠 진과 큰 아들 조나는 혹시나 어린 아들 콘라드가 이 사실에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한다. 예상되로 그들에게 해명할 기회도 없이 뜻밖에 비밀을 알게 된 콘라드는 아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 허나 이것은 아주 뜻밖일 뿐 격하게 솔직한 콘라드 본인의 모습이다.

 극 중 엄마, 이자벨의 대사중 이런 멘트가 나온다.

"모두가 나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날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야"라고.

엄마의 사고가 이 한 문장으로 모두 설명된다. 그럼에도 남겨진 가족들에겐 엄마의 부재가 크게 보인다. 아니 어쩌면 이 영화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엄마의 부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겨진 가족들은 저마다의 엄마를 기억한다. 영화 '라우더 댄 밤즈'는 이들의 감정을 억누르는 연출을 보여주면서도 그 출렁이는 물결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기록한다. 마치 그들의 가족, 이자벨이 그러했던 것처럼.

 마침 내 그 물결은 출렁이다 넘치다 못해 서로에게 닿게 되있으며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균열을 채워간다, 서로를 통해서, 가족을 통해서. 그리고 또 하나 설명하고 싶은 것은 이자벨을 연기했던 배우 이자벨 위페르다. 스크린 속 그녀의 얼굴은 의미없이 스쳐 지나가지 않으며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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