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훈련소 동기의 추천이었습니다. 간단한 안부인사로 시작해 이야기로 시작해 다른 동기들이 개인정비 시간에 아이돌 뮤비를 볼 때 혼자 일기를 끄적거리는 모습이 생각난다, 요즘 형 뭐 하고 사는지도 궁금하고 블로그도 많이들 하는데 한 번 해봐라는 연락 한 통에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남에게 본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내가 뭐라고 기록을 해?'라는 저의 성격 때문인지 중고등학교 시절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이렇다 할 사진조차 없는 저였습니다. 이때 친한 친구가 저를 찍은 사진을 보내며 "고등학생 때 우리 이러고 놀았었네"라는 연락을 보며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으니 만큼 블로그의 용도는 단순히 지나가면 다시 보지 못할 "나"라는 사람을 붙잡아 두기 위함이었습니다. 특별하고 유난히 재밌는 일상이 아닐지라도 소소한 일상들을 적어놓으면 시간이 지나 나중에 "맞아 우리 이러고 놀았었어"라는 말을 들으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사진을 찍히거나 찍지도 않는 저지만 누군가와의 여행을 가게 되면 마음에 드는 사진 한 두장을 찍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 속 한 두줄의 캡션에는 누구와 어디를 여행했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간략한 일기가 적혀있습니다.
가끔 주변 친구들과 약속을 나가게 되면 인생 네컷을 찍자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찍은 사진들의 저의 표정은 항상 웃고 있는 모습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컨셉 사진을 찍는것도 아니고 울쌍짓고 표정을 찡그리며 사진을 찍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저의 인생네컷에는 그날이 너무 행복했다, 기념하고 싶다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집에 가져가 사진 속 날짜를 작은 일기장에 적고 이 사진을 찍은 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왜 행복했었는지, 그날 감정의 온도를 적게 됩니다. 아무리 자주 보는 사람이고 자주 연락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날의 기억이 저한테 행복한 감정으로 남는다면 꼭 작은 일기장 안에 기록해 놓는 편입니다. 이 기록의 습관은 저의 고등학교 시절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