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닦다
이렇게 작은 일기장에 기록하는 습관은 고등학교 때 만들어졌습니다. 태생이 까칠하고 주위에 무관심한 성격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저의 모든 감정을 숨기려 했습니다. 이 숨겨진 감정들은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 몇 개월이 쌓인 뒤면 저를 더 예민하게 만들곤 하였습니다. 그때 유튜브에서 본 감정 다루기에 관련된 영상에서 이러한 성격들과 감정들을 다루는 데에는 일기를 쓰며 그때의 감정들의 원인을 알 수 있다는 영상을 본 뒤 저의 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적던 일기는 하루를 기록하기보다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니만큼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적어 내려가곤 하였습니다. 어떤 감정이 있었으며 그 감정이 왜 들었고 그것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원인인지 아닌지, 그렇다면 그 일들이 나로 인해 바뀔 수 있던 일인지와 같이 하나씩 관찰해 그 결과를 적어 내려가곤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간략하게 적히던 것들이 작은 소망이나 행복함을 더해가게 되고 수험생 시절 수능이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작은 미래를 적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일기장을 보며 아 이땐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걸 하고 싶어 했구나 하며 재밌어하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억으로 재수생 시절 유일한 취미로 자신을 관찰하는 관찰 일지를 적곤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먹었던 에이드가 정말 맛있었다. 재수가 끝나면 더 마시고 싶다, 오늘은 에이드에 오렌지 조각이 두 개나 들어있었다, 지나가던 길 고양이게 나에게만 다가와 애교를 부리고 갔다. 이런 작은 행복들을 적고 나니 힘들었던 1년이 이 수험 생활이 아닌 나 자신을 관찰하는 1년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가게 되어서는 이렇게 기록되지 못한 1~2년 정도가 너무 아쉬워 블로그를 적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저의 감정을 적는다는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블로그라는 공간이 남에게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니 만큼 블로그를 적을수록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성격과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과 나란 사람이 그렇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웃긴 말을 잘하는 성격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드니 결국 저는 타인의 시선에서 도망쳐 다시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작은 일기장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