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색
이러저러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이 지나고 보니 요즘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른다고 느끼는 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뭘 좋아하고 싫은지, 지금 내 상태가 힘든지 아니면, 하고 싶은 게 뭐고,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들에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한 일, 한 생각이지 정작 나의 내면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말 오랜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쏟았습니다. 행동이 아닌 정말 나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 많은 질문과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많은 것을 알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이것을 다 적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인 거 같아 몇 개만 적어 보면 전 소설보다는 누군가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처럼 멋진 비유와 누가 보더라도 감탄을 자아내는 글들을 보고 있으면 부럽다는 마음도 생기지만 자기만의 말투, 문체를 보는 게 매력적인 거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한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이묵돌 작가님의 글들을 보면 편한 친구가 옆에서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글은 읽게 되면 단순히 책이 아닌, 인쇄된 활자를 넘어 글자가 물성을 갖추어 작가님과 제가 오랜 친구가 되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이묵돌을 추천해 준 친구에게선 그의 영향인지 비슷한 문체가 느껴져 친구의 글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실제로 전화도 자주 하는 거의 유일한 친구이니만큼, 가끔 심심할 때 블로그 글을 읽다 보면 친구와 전화하며 떠드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씩 웃고 있는 저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 외에도 내가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했던 주짓수는 그냥 나의 취미 생활의 일부분이고 스트레스의 정도에 따라 정적인 방법과 동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트레스 푸는 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나, 누군가와의 문제 상황에서 이야기를 통해 답을 내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 혼자 답을 내리고 이야기하는 척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나,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무한히 관심과 도움을 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한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줄 알았지만 상대방이 당연하게 여기고 내가 준 만큼 리턴이 되지 않으면 힘들어한다는 점, 나에게 중요한 사람에게만큼은 그 사람의 중요한 사람이 나였으면 하는 마음, 나도 가끔은 어리광을 피우고 싶고 울고 싶다는 사실과 대뜸 나이를 밝히며 물어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사실들을, 이것 외에도 저의 내면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보니 지금까지 성찰적이고 객관적이고 어른인 줄 알았던 저는 퍽이나 아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당연스럽게 먹어 늘어가는 나이에 어른으로 착각하여 "어른인 척" 하는 것에 굉장히 심취하여 속은 자라지 못한 채 겉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면에 신경을 써보려 합니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진짜 괜찮게 되기를, 나의 부족한 점을 부끄러워하며 숨기며 거짓을 말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법을, 내가 우선순위가 아닌 상대방에게 상처받기보다 내 삶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법 등을 남이 아닌 "나"와의 대화를 통해 정답을 얻으려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마무리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딘가에 올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들도 있었지만 오롯이 나를 본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이 결심들이 또 나의 합리적인 척하는 변명을 만들어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물론 멋진 비유나 누가 봐도 빼어난 글솜씨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만을 위해 적은 글이니 만큼 투박한 문장들을 고치고 또 고치며 셀 수 없는 시간과 퇴고를 거치고 적은 글입니다. 앞으로의 과정들 역시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리려고 하겠지만 역시 적고 보니 결국 앞으로도 꾸준함이라는 펜을 들고 작은 일기장으로 되돌아가 자신을 윤색하는 법을 알아가는 모습밖에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괜찮은 척에서 벗어나 정말 괜찮은 내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