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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명상/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닐 디그래스 타이슨

by 이강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trans. by 이강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리고 안다, 그렇다, 우리는 이 우주의 일부이며,

우리는 이 우주 안에 있지만,

아마도 이 두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깊이 생각할 때, 나는 올려다본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작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은 작고 우주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크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나의 원자들은 그 별들에서 왔기 때문이다.




I Look Up At The Night Sky

Written By Neil deGrasse Tyson


I look up at the night sky,

and I know that, yes, we are part of this Universe,

we are in this Universe,

but perhaps more importantly than both of those facts is that the Universe is in us.

When I reflect in that fact, I look up—

many people feel small, because they’re small and the Universe is big,

but I feel big, because my atoms came from those stars.


from YourmIndfultribe.com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불빛이 몹시 밝아 올려다보아도 큰 감흥이 없습니다. 어쩌다 별이 보고 싶어 하늘을 올려다본다고 해도 하늘은 매연으로 인해 흐릿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추운 때, 영하 13도를 오르내리면 밤하늘은 선명해집니다. 별들이 불쑥 돋아나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하늘이 더 깊어진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별을 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별을 본다는 일은 그 자체가 우주를 느끼는 일입니다.


우주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멀리 있습니다. 당연히 나의 몸 바깥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의 화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우리가 우주의 일부라고 합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 지구는 우주의 일부이니까요. 그런데 화자는 어떤 설명도 없이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고 하는군요. 어떻게 하면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내가 그렇게 큰 존재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주는 아주 작은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우주가 있음을 알아차려야 존재하니까요. 모든 것은 나의 인식 속에서 일어납니다. 결국, 의식이 곧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표현하면 세상이 내 중심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고개를 이불 속에 밀어 넣고 나 없다고 하는 것처럼요. 사막에 사는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도망쳤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그것을 타조효과라고 말합니다.


타조뿐 아니라 인간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리를 감추면 세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세상은 변함없이 존재하지만, 내가 그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없는 것처럼 여겨질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역할입니다. 인식은 단순한 지각이 아니라, 존재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는 생각은 단순한 자기중심적 사고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우주를 인식하는 순간 우주는 곧 우리 안에 자리 잡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물질이 우리 인체를 이루는 물질과 거의 동일하다고 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 물질은 원자입니다. 인간의 몸뿐 아니라 삼라만상도 마찬가지로 자연 원소의 종류는 모두 94가지라고 합니다. 생명체를 이루는 6개의 주요 원소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인데 이것들도 모두 별이 죽으며 흩뿌린 우주의 먼지에서 왔습니다. 그중 인은 동물의 뼈와 디엔에이(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소인데 2013년 말 서울대의 구본철 교수와 윤성철 교수, 이용현 연구원 그리고 토론토 대학의 문대식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초신성 잔해의 관측을 통해 그 기원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한겨레 신문. 2016.01.22 별:원소의 대순환)


화자는 정확하게 그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주와 나를 이루는 원소가 동일하다면 아니 97프로 일치한다면 우주와 나는 서로 공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 나는 작지만 크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객관적이라고 하는 과학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우주와 나 사이의 한 울림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하면 우리는 더 넓은 시야로, 더 깊은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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