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중요한 손님

by 이강선

같은 시를 읽어도 마음 상태나 경험에 따라 느껴지는 감동과 떠오르는 생각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깊은 슬픔에 잠겨 읽었던 구절이, 시간이 흘러 다시 읽었을 때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내면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의 울림처럼, 우리 마음을 찾아오는 감정 또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불쑥 나타나는 '방문객'과 같습니다.


방문객은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그 방문객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방문객에게 손님이라는 이름을 붙이듯, 그들 각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궤적을 따라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방문객은 한 사람의 인생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과 그 과정 속에서 함께 성장했을 그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그것은 그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따뜻한 환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방문객이 감정이라면 어떠할까요? 감정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요즘 저는 매일 무드 미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느껴지는 기분이 매번 다릅니다. 잠에서 깰 때면 늘 마음 한구석이 약간 흐릿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아마도 제 깊숙한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겠지요. 하지만 몸을 일으켜 움직이거나 어떤 활동을 시작하고 나면 그 흐릿함은 신기하게도 옅어집니다. 때로는 기분이 밝아지고, 어떤 날은 새로운 의욕이 샘솟으며, 문득 깨달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이는 듯합니다.


잠에서 깰 때 어떤 기분이었든 간에, 가벼운 활동을 통해 기분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물론,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나거나 어떤 상황에 놓일 때마다 기분이 변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기분은 그저 일시적인 상태로 머무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강렬한 감정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마치 무언가가 마음속 깊이 건드려졌을 때, 감정이 격렬하게 솟아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감정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에, 어쩌면 "방문객"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릅니다. 찾아온다는 것은 내가 애써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며,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가온다는 뜻이겠지요. 즉, 외부의 조건들이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게 일어난 어떤 사건, 마주친 어떤 상황, 만난 어떤 사람, 혹은 읽은 어떤 글귀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감정이 나를 찾아온다'는 표현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감정은 우리 안에 늘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은 우리가 어떤 사건과 마주했을 때, 우리의 뇌가 그 상황을 해석하고 반응하여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특정한 조건들이 감정이 일어나도록 촉발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감정이 찾아온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13세기에 살았던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는 오래전 이미 이러한 감정들을 "방문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뇌 과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시대에 감정을 방문객에 비유하다니,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감정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때로는 그 감정에 온전히 휩쓸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찾아온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억누르기만 한다면, 그 감정이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신기하게도 감정은 점차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루미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찾아오는 감정을 웃으며 맞이하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모든 감정에는 나름의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라는 것은, 우리가 왜 그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원인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감정들의 목적은, 그 감정을 느낀 바로 당신을 정화하고 성장시키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감정입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의 감정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손님인 셈이지요. 나의 가장 중요한 방문객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시는 때로는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을 건드리고, 그 감정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방문객처럼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에 묵묵히 답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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