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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영 Aug 23. 2021

[취재後] '국내언론 최초' 탈레반 인터뷰를 마치고

미술과 전시 소식을 주구장창 들려드리고 싶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당분간은 취재 후기도 같이 발행하려 합니다. 후기는 썰 중심이라는 점 이해해주십셔.
압둘 카하르 발키의 알자지라 인터뷰 모습.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취재하느라 바빠서 갤러리도 통 못 갔네요. 지난번 IAEA 사무총장 인터뷰 후기에 이어 이번엔 탈레반 인터뷰 후기를 간단히 풀어볼까 합니다. 요새 하루가 멀다하고 국제 뉴스에 오르내리는 그들이죠.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그들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우선 관련 기사 먼저,

https://www.etoday.co.kr/news/view/2055663

사실 제목에 '국내 언론 최초'라는 정말 오글거리고 식상한 문구를 단 이유는요, 저보다 하루 늦게 보도한 연합뉴스가 본인들 기사에 저래 표현을 했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아 이래서 목소리가 크면 장땡이라는 거구나"...새삼 깨달았답니다.


(그리구 사실은 세계 최초에요...알자지라가 영문기사 단독을 냈는데 저보다 12시간 늦더군요 ㅎ)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실 저는 지난주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됐을 때부터 현지 여성 인권이 걱정됐어요. 샤리아법에 기초하는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어떻게 할지 뻔히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곧장 현지 인권운동가와 국제기구 전문가, 인권센터 대표 등 아프간 관련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어요.

탈레반 전사들. EPA 가디언

하지만 그걸로 성에 차지 않았어요. 여성들이 힘들어졌다는 건 사실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거라서 탈레반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보자 결심했습니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055199

취재 기간은 72시간이었습니다. 3일 또는 사흘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습니다. 잠을 거의 안 잤다는 거죠. 제가 국제부 와서 생긴 버릇이기도 한데요, 시차가 있는 국가를 취재할 땐 잠을 맨 뒤로 미루는 게 취재에 도움이 되더라구요.


취재에 앞서 저는 인물 조직도부터 그렸습니다. 우선 대변인들이죠. 모함마드 나임과 요소프 아흐마디, 자비훌라 무자히드. 그리고 이들 모두를 대표하는 수하일 샤힌까지. '대변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이렇게 넷입니다. 이들 모두에게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를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페메로 보내는 게 편한데 이분들 계정이 전부 페북 정책 위반으로 막힌 터라...

대통령궁 장악한 탈레반 전사들. AP 뉴욕타임스

하지만 역시나 이들은 답을 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들이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답니다. 파도를 탄 거죠. 팔로잉의 팔로잉의 팔로잉까지... 대략 천 명이 조금 안되는 인원들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어요. 이들은 자신을 탈레반이라 부르기 보다 IEA라고 부른다는 걸요. 이슬라믹 에미리트 오브 아프가니스탄. 마치 과거 IS가 자신들을 ISIS라고 부르듯이 탈레반 역시 국제사회에 비쳐지고 싶은 이름이 있었어요.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아프간 시민들. AFP 도이체벨레

그래서 저는 트위터 리스트 가운데 본인 스스로를 IEA로 소개하는 사람들을 분류했습니다. 그랬더니 열댓명 정도가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이제부터 꿀이죠. 그렇게 한 명 한 명을 컨택했고 그 중에는 왓츠앱 번호를 공개한 간부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분은 제 연락을 끝끝내 받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대변인 수하일 샤힌으로 시작해서 조직원인 사이드 코스티, 하마드 아프간 셰르자드, 아나스 하카니를 알게 됐습니다. 특히 하카니는 이달 18일 카르자이 전 대통령과 회담을 한 고위급 인물이더군요.

https://www.etoday.co.kr/news/view/2055735

이후 하카니를 통해 무함마드 잘랄이라는 사람이 영어도 할 줄 알고 미디어 담당자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실 그 전까지 번역기를 돌려서 파슈토어로 말을 거느라 힘들었어요;;) 탈레반도 결국 똑같더라구요. 너 영어 잘하니? 그럼 너가 국제부 가라. 아니면 너가 대외업무를 해... 이런 느낌.


그렇게 저는 잘랄에게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밤 10시경이죠. 마침 그가 트윗 활동을 하길래 폰을 쥐고 있겠구나 싶어 얼른 요청했어요. 그랬더니 11시가 되기 전에 답이 왔어요. 저에게 휴대전화 번호 하나를 주더군요.


이름은 압둘 카하르 발키고, 얘한테 묻고 싶은 걸 다 물어봐도 돼.
말 걸 땐 내 이름 대면 되고.


그렇게 늦은 밤, 취재 시작 50여시간 만에 저의 취재는 비로소 시작을 합니다. 곧바로 번호를 저장하고 왓츠앱을 통해 발키에게 말을 걸었어요.


안녕, 난 한국 기자야. 잘랄에게 소개를 받았는데 대화 가능할까?


발키는 자신을 문화위 소속의 전사로 소개했고, 무자히드 대변인을 보좌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실제로 최근 카불에서의 기자회견들을 보면 무자히드 옆에서 영어 통역을 하더라구요. 현지에서는 "영어 잘하는 저 사람 누구냐"는 질문들이 정말 많이 나왔답니다.

대변인 무자히드 옆 발키. 신화뉴시스

어쨌든 그렇게 물꼬를 트고 새벽 3시 반, 탈레반의 완성된 '공식 입장'을 받게 됩니다.


제가 밤을 새는 이유는 간단해요. 최대한 시차를 못 느끼도록 상대방의 메시지에 칼답을 하기 위해서에요. 특히 시차가 12시간이 아니라 3~5시간인 경우는 잠이라도 자게 되면 서로 인사 주고 받고 하루가 지나기도 하거든요. 미얀마 쿠데타 때 답변 하나에 열흘 넘게 걸린 거 생각하면 진짜...

카불공항 지키는 미군. AFP 알자지라

그렇게 탈레반의 공식 입장을 받은 저는 밤을 지새고 회사에 출근해 곧바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조회수 안 봐도 뻔하죠. 대폭발. 예쓰.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에 출근했더니 알자지라도 단독 인터뷰를 내보내더군요. 아랍권이라 역시 여유롭게 많은 내용을 담았더라구요. 그리고 오후 들어서 연합뉴스가 인터뷰를 냈고 다른 매체들도 바삐 옮겨 적었습니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055932

사실 누가 먼저 썼냐가 뭐가 중요하겠어요(엄청 중요합니다)

이게 다 국제사회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일이니까요.


이틀 후엔 영국 주재로 G7 정상회의가 있을 거고 그 다음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을 놓고 투표에 들어가겠죠? 중국과 러시아는 또 심드렁 할테구요. 상황이 긍정적이진 않습니다만, 그것 말곤 별 수 없는 게 또 사실인지라. 부디 존슨 총리가 영리하게 판단하기를 바라봅니다. 바이든 옹은 이번 만큼은 조용히 빠져 계셨으면 합니다.

카불 탈출에 성공한 아프간 시민들. AP연합뉴스

아프간에 대한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입니다. 제가 또 외교부에서 중동강좌 수료한 사람이거든요. 외교부를 부끄럽게 해선 안되겠습니다. 판지시르 저항군의 현지 목소리도 담아볼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좀 어두운 취재가 예상되네요. 그래도 계속해서 약자의 편에 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부디 갤러리 소식도 전할 수 있기를!


외대에서 인도네시아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습니다. 언론계의 아약스, FC포르투, 샤흐타르도네츠크라 할 수 있는 이투데이에서 근무 중입니다. 리버풀, 레알 급은 아니지만 막상 필드에서 만나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니겠어요.

↓↓<기자페이지>↓↓

https://www.etoday.co.kr/news/hotissue/newsman_txt?eid=koda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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