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율이라고 하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결국 작가가 얘기하려는 것은 시간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그는 시간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던 시간에 대한 관념을 뒤집어 놓는다. 사물을 시계 방향 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놓아둠으로써 시간을 경제 개념으로 인식하는 요즘 시대에 시간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가령 사물 위 쌓인 눈을 통해 눈이 내렸던 당시의 시간을 설명해주면서 동시에 그 눈이 더는 내리지 않는 지금을 보여준다. 또 눈이 닿지 않은 부분만 조형함으로써 시간이 변화한 모습과 함께 영원히 변하지 않을 무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평소 우리가 느끼는 과거가 사실은 현재에 함께 머물러 있음을 알려준다.
형태 없는 노력Ⅱ ⓒ라이언 갠더 [라이언 갠더 인스타그램]
위 작품은 작가가 조형한 방파제다. 방파제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눈이 내린 부분은 조형하지 않은 탓이다. 우린 눈이 내리지 않은 부분을 보면서 영원히 볼 수 없는, 눈이 내린 곳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눈이 내렸다는 시간적 변화를 마주한다.
어디서나 울려 퍼지는 우리의 메아리 ⓒ라이언 갠더 [사진=고데영]
위 작품은 작가가 과거 아디다스와 협업한 에디션에서 출발한다. 당시 작가는 이미 진흙을 밟은 듯한 신발을 디자인했고 해당 운동화 중 하나는 지진 현장 수색에 나섰던 한 인물이 착용하게 된다. 인물은 훗날 자신이 현장에서 신었던 운동화를 작가에게 선물함으로써 진흙 디자인과 실제 진흙이 맞닿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작품은 미래를 내다본 디자인과 과거 발생한 사건을 거쳐 지금의 우리 앞에 놓인 셈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양이다. 전시장 곳곳에 숨 쉬고 있는(실제로 숨을 쉬듯 움직이는) 고양이들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 사용됐던 좌대를 중심으로 자리한다. 좌대 위에 올라가 있기도, 앞에 널부러져 있기도 한 고양이들은 '불법 거주자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전시장 곳곳에서 쉬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시간의 변화에 대입하기 보다 선배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작가의 가치관으로 보는 게 이해하기 편하다.
이 밖에도 전시장 곳곳에 허를 찌르는 작품들이 준비돼 있다. 단순히 시간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가가진 통념에 대항하는 작가의 여러 시선들이 놓여 있어 신선함을 제공한다. 전시장 2층에는 작가 인터뷰 영상이 있어 작가의 가치관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