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민박집에서 만난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간다 했다.
건장한 체구에 다소 거친 외모와는 다르게 소녀 같은 수줍음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배낭에는 만반의 준비를 한 듯 영양제며 홍삼 엑기스 같은 건강 보조제가 가득했다.
그걸 보며 이렇게 까지 영양제를 먹어가며 걸어야 할까 웃음도 났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완주해야만 하는 그만의 신념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비장함이 느껴졌다.
"무엇하나 제대로 해낸 적이 없었어요.
혼자 힘으로 완주하고 나면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서요."
도전은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나는 지난 여행을 떠올릴 때면 영양제를 먹어가며 순례길을 걸었을 그가 가끔 생각난다.
무사히 완주했을지.
순례길의 마지막,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십자가 앞에서 그는 무엇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을지.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다.
그리고 떠나기 전 금연 중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던 내게, 피다 남은 말보로 반갑을 주고 간 덕분에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