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보낸 안타까운 행복들
오래전에 동네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살아가면서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길을 걷거나 그림을 그릴 때 나오는 정체모를 흥얼거림을
악보에 담고 기록해두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중고 roland 키보드도 사다가 pc랑 연결도 해두었지만
좁은 원룸을 차지하는 큰 장식품으로 전략해버리고 말았지.
지금은 랩으로 칭칭 감아진 채로 수년간 방구석에 세워져 있다.
당시 나보다 한두 달 먼저 시작했지만 꽤 빠르게 진도를 나가는,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공대생이 있었다.
오다가다 목례만 할 정도의 사이여서 말을 섞을 일은 없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연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저 이번에 실용음악 쪽으로 전과하려고 해요.
취미로 피아노 시작했지만, 이제야 제가 좋아하는 걸 찾은 것 같아서요"
그러고는 머쓱한지 바로 자리를 뜨는 바람에 짧은 격려의 말 조차 건네지 못했다.
그 친구 덕분에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었는지, 원장 선생님은 늘 그 친구와 나를 비교했고
몇 달 되지 않아 그만두었어.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내가 무얼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지.
사실,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정신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 거라 생각해.
하지만
며칠 밤잠을 새며 찾은 것이든
우연찮은 기회에 깨달은 것이든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구나하고 느껴지면,
그것에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기준은 대부분 저 높이, 저 멀리 있어서
가끔 사소하게 찾아오는 행복을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하고 의심을 하는 일이 종종 있잖아.
그래서 우연히 찾아온 자신의 행복을 스쳐 보내지 않았으면 해서.
홍대 골목길.
피아노 학원이 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