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와이프와 오피스 허즈번드
20대 내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를 봤다. 어느 회사를 가든 존재 했다. 10대 때는 간접적으로 경험 했으나,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이 결혼을 했든 미혼이든 애인이 있든 최소 8시간 동안 서로의 애인이었다. 주 5일, 8시간 수도 없이 대화 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오면 ‘자기가 보고 싶지 않았냐.’ 며 아예 이야기 하는 상사도 있었다. 나는 그게 너무나도 싫었다. 대놓고 사랑꾼인 자들이 더 심했다.
나 역시 그런 뉘앙스를 받은 적이 많았고(솔직히 말하면 모든 회사에서 그랬다.), 조금의 여지라도 주면 다가올 것을 알았기에 나는 업무 외의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같이 누군가를 욕하며 밈을 나누는 와중에도 답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들이대는 이성을 내치기 위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 게 낫다고 판단 했고 그렇게 행동 했다.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은 고작 동료일 뿐이지만, 그 상대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 했다. 나는 특히 출근 하자마자 보내는 대화, 셀카로 답변하는 것, 점심 메뉴를 함께 고르는 것, 사생활 이야기, 그들 만의 은어, 일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대화… 같은 것들이 불필요 하다고 느꼈다. 둘 다 싱글이면 상관 없다. 하지만 싱글들은 애인을 찾아 나섰지, 저딴 행동을 하지 않았다. 되려 지킬 것이 있는 자들이 그랬다. 왜냐면 당당하니까. 애인이 있으니 우리는 단지 동료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안다, 회사 내 짜증나는 얘기, 스몰 토크, 불만, 고민은 자신의 아내/남편, 애인 보다는 동료와 함께 하는 게 속 시원하다는 것을. 내가 정말 대화하고 보살펴야 하는 사람은 직장 동료 보다 적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자잘한 회사의 일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의 문장처럼 해결하는 게 편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편리함을 이유로 배신을 할 수 있다는 게 (물론 들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오피스>에서만 <연애> 비슷한 것을 하니까.) 좀처럼 이해 되지 않는다.
가끔 들키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말한 당당함 때문에 오히려 숨기지 않는다. 변명은 다양하다. 같은 직군의 동기가 이성 뿐이라서,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취미가 비슷해서, 어차피 같이 일을 해야 해서, 함께 출장을 가서, 그 사람이 날 도와 줘서, 이것도 사회 생활이니까… 등등 그렇게 주장해 버리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감아 주고, 당신 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차갑게 돌아설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막내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생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르니, 그냥 자긴 실수라고 생각 한다. 사람 마다 단점이 있는 것처럼 회사 내에 애인을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세상에 제법 많고,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사람은 그렇고 아닌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회사 스트레스를 거기에 풀고, 실제 연애에서는 더 잘해 줄 수도 있다.” 고도 했다. 그러나 나는 바람은 상쇄가 되지 않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것을 바람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더 큰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동생은 나와 다른 마음을 가져서 인지 3년이 넘는 긴 연애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친구네 회사는 결혼한 지 한 달된 남자가 인턴과 매일 잠자리를 하고 집에 들어 간다고 했다. 또한 자기 동기는 돌싱인데, 4살 연하의 여친과 8년 차 열애 중인 남자 사원과 섹파라고 했다. 나는 마음을 주는 것보다 실수로 한 번한 섹스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저렇게 주기적으로 만나는 이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바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지언정, 바람의 세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얕은 바람, 거센 바람이 아니라 바람을 피거나 안 피거나 이다. 바람을 피는 사람 중에서도 걸리거나 안 걸리나 중 하나다.
누구는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하지만 인턴을 포함한 6군데 회사에서 ‘비밀스런 회사용 커플’을 발견하지 못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제발 이번에는 없기를 기도하며 매번 흐린 눈으로 출근 했지만, 모든 부서에 있었다. 그래서 내 애인이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 하는가? 나는 너무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었으면 한다. 내가 보수적이고 사회성이 없는 것인지, 이 정도의 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애인이 있는 사람들이 더 한지, (애인에게서 느끼는 불만과 결핍을 회사 내에서 푸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인류 역사 상 영원한 문제로 남는 것인지, 제발 나를 설득할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