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책을 읽는 행위 마저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숨 쉬는 것 조차 버겁고 1초가 1분 처럼 느껴진다. 음악을 들어도, 영상을 봐도 머릿속에 들어 오지 않는다. 날이 따뜻해져서 해까지 느리게 진다. 서둘러 저녁이 오길 바라지만 창문 밖은 환하기만 하다. 한창 맛있던 담배도 반도 태우지 못 하고 버린다. 아이스크림을 스무 통 쯤 먹었더니 더이상 속이 버티지 못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지 3주가 넘었다. 그래도 살아진다. 신기하다. 바닐라 라테로 버티던 날도 끝이다. 오늘, 결국 다 마시지 못하고 녹여서 흘려 보냈다.
언제 시작 될 지 모를 학원 오픈이 서둘러 다가오길 기다리면서 동시에 최대한 밀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껴안고 놔 주기 싫어 더 꽈악 잡는다. 외로움이 괴로움이 되었다. 독립한 지 올해로 10년 째다. 모든 크고 작은 만남에는 이별이 동행 한다. 그것이 영원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두려워 한다. 지금까지 내가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어 본 적이 있는가 자문한다. 전문가도, 나 스스로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에도 고개를 흔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글을 쓴다고 했었다. 허방에 빠지지 않기 위해 흐릿한 정신에도 글을 쓴다고 했었다. 넓은 행복과 깊은 슬픔으로 글을 쓴다고 했었다. 내게 당연하고 정확한 것은 이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