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뫼
가라뫼 일부가 재개발에 들어 간다. 내가 초등학생 이었을 때부터 소문이 돌았으니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시작된 일이다. 워낙 건물이 오래 되어 때가 되긴 되었다.
건물을 먼저 부셔야 하니 근처에 차를 대면 안 된다. 여러 번의 알림에도 주차를 하는 사람을 때문에 공사가 조금씩 밀린다.
이곳은 예전에 홍수 피해도 잦았고, 일산 신도시가 생기면서 외면 당했었다. 나는 엄마의 말 때문에 10대 때 우리 아파트와 담 하나 차이 나는 이 동네에 들어설 수도, 여기에 사는 친구도 사귈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스물 아홉이 되었을 때 가게를 차리러 다시 돌아 오게 되었다. 넓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자라고, 비슷한 평수에 사는 애들만 보았던 나에게 가라뫼는 매우 흥미로운 곳이었다. 다양한 사람과 여러 형태의 삶을 경험 했다.
그 사이의 많은 일들은 생략하겠다. 당장 집 앞에 펜스가 세워 진다. 나도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어두웠던 거리에서 나를 지켜준 빛은 20초 거리에 있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편의점이었다. 떠나기 전 편지를 남길 것 이다. 덕분에 많은 밤들이 두렵지 않았다고. 감사하다고.
행신동이 행신1,2동으로 나뉘고 3동이 생기고 지금은 4동까지 존재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태어난 곳은 서울이나 고향을 말할 때 고양시라고 해야 하나 늘 고민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 이제는 서른 일곱이
되었다. 강원도 원주에서의 6개월, 서울에서의 8년을빼면 덕양구 사람이었다. 본적은 서초구이나 그게 뭐 중요한가 싶다.
한 시대가 드디어 저문다. 새로운 집들은 금방 생겨날 것이다. 오랜 시간 이곳에 터를 잡았던 가족들은 다 어디로 떠났을까.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