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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과 결딴

낫지 않는 상처

by 이매송이

그는 내게 변명을 하지 않고 이별을 고하기를 결단하였으며, 그 다짐은 나를 결딴 내었다.


바람이라는 것에 진저리치는 나를 알면서, 그런 방식으로 도망을 쳤다. 회피하고 숨었다.


몇 번이고 내 짐을 달라고 요청 했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채널의 단절이었다. 인스타, 카톡, 전화 순으로 말이다.


나는 단지 궁금했다. 아침에 사랑한다던 사람이 저녁이 되어 헤어지자는 이유가. 누군가 마음에 들어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의미 없는 “사랑해.” 를 외쳤는지. 우리가 나눈 시간들과 많은 대화들은 무엇이었는지, 바꿀 수는 없어도 조율 가능 했던 수많은 기회에 왜 매번 침묵 했는지.굳이 티를 내면서 환승을 자랑해야 했는지.


남이 된 지 두 달이 되었다. 그 사이 내 사랑을 말라갔다. 중간중간 물을 주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로는 건조한 나를 살릴 수는 없었다. 다행인 부분은 수분을 넘치게 준 식물은 익사하지만, 부족한 식물은 살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예쁜 여자들의 인스타그램이나 AV 배우를 팔로잉 한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았다. 내가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선비 같다는 느낌) 함부로 판단 했었다. ㅇ 오빠는 네가 걱정 된다며, 세상에 나쁜 남자는 너무 많으니 쉽게 믿지 말고 잘 살펴 보라고 말했다. 그러고 싶지만 천성이 그렇지 못해 알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10대, 20대, 30대에 한 번 씩 큰 시련이 왔었다. 지금이 그때다. 정말 좋지 않은 시기에 가장 혐오하는 방식으로 내쳐졌다. 올해 안에 회복이 될 지 모르겠다.


내 마음은 무너지고 부서졌으며, 몸은 철처히 밟히고 잔인하게 살해 됐다. 그 사람 혹은 나의 세계에서. 그 과정이 매일 반복 된다.


그러나 나는 또 하루를 산다. ㄱ을 위해서, ㅂ을 위해서, ㅎ을 위해서, ㅇ을 위해서, ㅈ을 위해서. 기역과 히읗 사이에 놓인 몇몇을 위해서…


수면제가 있음에 감사한다. 말도 안 되는 양이라도 상관 없다. 잘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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