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윤준, 용이라 불리는

by 이매송이

이용의 본명은 윤준이다. 그러나 나는 ‘용아~’ 하고 부르고, 용이는 나를 ‘나나’ 라고 부른다.

그는 내 친구 중 가장 다정하다. 직접 요리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걸 좋아하고, 커피도 내려 준다. 내가 못 보는 턱을 조심하라고 미리 신경 써주고, 긴 부츠를 신은 나를 보고 “천천히 해~” 라고 말해 준다. 손을 닦고 나면 어느새 옆에서 수건을 들고 서 있다. 헤어질 때도 늘 마중을 나와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저 멀리서 쳐다 보고 있다.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 주고, 언제나 내가 최고라며 치켜 세워 준다. 무엇보다 주저할 때 “나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해.” 한다. 이게 쉬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문장인 것을 나는 안다.

안 지는 7-8년이 되었다. 둘의 공통된 지인인 ㅈ을 통해 알게 됐지만, 우리는 이제 그녀와 만나지 않는다. 나와 용은 못할 말이 없어 저 바닥부터 하늘까지 대화 주제가 넘실댄다.

오늘은 본인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김치 볶음밥을 해 줬다. 내가 먹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근 두 달 중 제일 잘 먹었다. 그가 요리하는 동안 나는 쇼파에서 낮잠을 잤다. 집에서도 오지 않는 잠이 거기서는 왔다.

서로를 판단 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며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사계절 내내 따뜻한 용이는 겨울에 귤을 까 준다. 선물도 주고, 위로와 축하도 해 준다. 어떻게 내게 이런 세계가 왔을까.

받기만 해서 미안한 나는 오늘 조그마한 위스키를 가져갔다. 혹시나 잠이 오지 않는 날, 한 잔 씩 마시라고 말이다.

용이를 보니 다시 살아 보고 싶어진다. 죽을 만큼 살고 싶다. 힘들어도 웃는 이윤준과 윤OO, 닮았다. 고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 라는 사람의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