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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문학 그리고 예술

by 이매송이

함께 문학을 읊으며 울고 웃던 친구들은 거의 사라졌다. 이미 등단을 해서 저 너머로 갔거나, 다른 삶의 방식을 택했거나, 혼자 외로이 적고 있겠지.

나도 마지막 문장에 해당하는 자다. 지금 주위에 예술하는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음악을 만들고 나머지는 영화를 한다.

음악을 하는 이들은 보통 프론트맨 기질이 있다. 음악 보다 내가 앞서 있고 싶은 마음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글을 쓰는 이들은 반대다. 작품을 앞에 두고 나는 숨고 싶어 한다.

또 음악은 어쩔 수 없는 협업이다. 작사, 작곡, 편곡, 마스터링 기타 등등을 모두 해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타인과 함께 하고, 서로 영향을 받는 때가 많다. 그러나 글은 오롯이 혼자 써야 한다. 누군가의 대화 속에서 이야기의 원천을 얻지만, 글로써 토해 낼 때는 타인들과의 관계 속 영향을 무참히 죽여야 한다.

그래서 때때로 외롭고, 자주 의심하며, 종종 분열한다. 내 노래를 들려 주는 것과 내 시(또는 소설)를 보여 주는 것은 매우 다르다. 음악은 만든 자와 듣는 자가 함께 즐기는 예술이라면, 문학은 만든 자는 고독하며 잀는 자가 위안을 얻는 예술이다.

내 주위의 음악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촘촘하진 않아도 거미줄 같이 끈끈해서 함께 놀라운 결과물을 얻는다. 나는 합평이란 이름 아래 비평이나 비난을 받고 울며 문장을 지우는 일이 잦은데 말이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가고 있고 갈 것이다. 용감하고 대담하게, 섬세하고 부드럽게 매일 써내려 갈 것이다.


(음악하는 친구 둘과 내 자취방에서 함께 잔 적이

있다. 서로 알고 있는 음악 지식이나 장치를 공유하고 그 자리에서 ‘함께’ 음계를 만드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때가 가끔 떠오른다. 우리 셋은 예술로 먹고 살 생각을 가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낮은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 밤 둘의 대화에 나는 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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