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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by 이매송이

K가 준 문화 상품권으로 알라딘에서 책 한 권을 샀다. 중고 서점에서 찾은 5000원의 기쁨.

어제 새벽 약 기운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받지 않았지만 다행이 A가 무슨 일이냐 물어 주었다. (지금부터는 그 A의 기억에 따른 서술) 나는 펑펑 울며 너무 힘들다 했고, 지난 3주 더욱 그러했고 이런 류의 눈물 섞인 말이 아닌 무언가을 한참 토해 낸 뒤, 엄마가 내가 다니는 병원을 알게 되어 너무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일이 오는 게 싫어 죽고 싶다고 하고, 중간중간 알아 듣지 못할 떠 있는 단어의 반복… 그러다 갑자기 멀쩡해져서는 시를 읽어 달라고 했단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내가 은철에게도 적어 준 그 시… 착하게도 A는 엉엉 우는 나를 두고 읊어 주었다. 그 다음엔 think about’ you 를 틀어달라 요청했고, 아소토 유니온을 알 리 없던 A는 샘킴 버전을 물었다가 내 짜증만 받았다 했다.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부린 나의 진상. 내 막내 동생이랑 같은 나이의 그 친구는 내 슬픔도 외로움도 괴로움도 받아 주고, 시도 들려 주었다.

나는 시를 사랑하나 봐

그리고 내 옆에는 선한 이들이 많고

난 함부로 죽지 않아야지

이 빚을 갚으러면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들을 힘들게 한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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