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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에 열광한다는 건

#열정#시작


잠실구장(2022.05.29)

지난 주말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가족들과 야구 경기 관람을 하러 갔다. 난 경기를 보고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보다는 가족들과 나들이하고 치킨에 피자에 응원하면서 먹고 마시고 그 맛 때문에 야구장에 간다. 

성인이 된 후 나의 야구장 추억은 야구가 빨리 끝나면 나와서 지인들과 술 먹고, 늦게 끝나면 늦게 끝난 대로 술 먹고 스포츠 관람은 먹고 즐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팀도 없는 것 같다. 예전 학창 시절에는 기아(당시 해태)의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우리의 태양 선동열 아저씨를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전 해태 김응룡 감독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난다...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그렇게 야구와 깊이 친해지지 못한 채로 성인이 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없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딸내미가 LG 트윈스 레플리카를 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지난 주말에 LG와 삼성 경기를 관람하게 되었다. 

야구를 잘 모르긴 하지만 응원하면 경상도의 대구 삼성과 부산 롯데 그리고 서울의 LG와 두산의 응원전이 재미있고 힘찼던 기억이 있다.(다른 구단 응원하시는 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주말 경기라 거의 대부분 만석이었고 내야 2층의 우리 자리를 찾아 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따는 순간 이미 2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난 모르겠고, 일단 먹자!!!! 

순살치킨과 피자 두 조각과 맥주 한 캔을 짐승처럼 먹고 난 후에야, 야구장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침, LG 타선도 폭발하여 타격에 불을 뿜고 있었다. 

어…? 우리 딸내미가 진심으로 응원하는데???? 우리 와이프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아들이야 처음 간 야구장에 어리둥절하고 야구 경기 룰도 하나도 모르니 엄마 누나 따라서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이 두 분은 진심인 것이 느껴졌다. 

마침내 옆자리 주인도 와서 착석을 하고 야구 관람이 시작되었다.

티셔츠에 모자에 마스크까지 LG… 이분 찐 팬이다!!!(포스가 느껴졌다.)

그분께서는 LG의 구단 응원가 및 각 선수별 응원가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목청 터지게 응원하시는데 옆에 조용히 있기가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불현듯... 

내가 어떤 것에 미치도록 열광한 적이 있었나? 내가 열광하고 미치게 한일이 무엇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띠로리... 없었다. 

내가 무언가에 미친 적이 있었나? 

(나중에 혹시 와이프가 글을 볼 수 있으니 수정할 수 있는 여지는 두려고 한다... 여보와 사랑에 빠지고 미치고 열광하고 사랑해서 이쁜 가정을 만들었다고... 나도 좀 살자...)

아직 늦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찾아보려고 한다. 글쓰기가 나의 첫 번째 열광하고 사랑하고 미치고 하는 행위가 되기를 희망한다. 

갑자기 무거운 생각은 나 혼자만 하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토요일 저녁 좋은 추억거리 하나를 만들고 집으로 왔다.

와이프가 구단 레플리카를 사달라는 걸 뿌리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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