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여로

2부

by 김영자

납골당에서 돌아오니 모텔주인 준구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운동 멤버들과

저녁을 하고 싶은데 황교장의 일정은 어떠냐고 물었다. 황교장은 볼일 다보고 오는길이라고, 고맙다고 했다 .근처 횟집에서 저녁겸 술한잔 하고 했다.

시간에 맞춰 준구씨와 황교장은 "부산횟집"으로 향했다. 황교장과 준구씨, 일억조부동산최사장, 카센타박사장, 강서세무서 앞에서 법무사사무실을 하는 김법무사등 아침운동 멤버들이 모였다.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잔이 오고가며 취기가 오르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지난여름 말레이시아 여행담이 시작되었다 황교장 아들의아파트 같은동에 한국인 정씨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지난여름 준구씨 일행이 그 곳에서 3박4일을 보냈었다. 몇년간 우장산에서 아침운동을 하며 정을 쌓아온 그들은 처음으로 3박4일간의 단체생활을,해외에서 한것이다.


김포공항을 떠나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일행은

마중나온 황교장과 함께 정씨의 차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와 황교장 아들의집이 있는 아파트단지는 몽키아라에 있는 고급 아파트다. 정씨의 게스트하우스는 한국인들이 주고객이고 연변아주머니가 주방을 담당하고있어 아침저녁 한식이 제공된다.

도착한날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저녁을 먹은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틀동안은 정씨의 차를 타고 시내관광과 바투동굴, 겐팅하일랜드를 방문했다. 정씨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그들이 잘모르던 말레이시아를 좀더 알수 있었다. 그다음옌 자유시간으로 쿠알라 룸푸르 시내를 돌았다. 시내 대형쇼핑몰과 중앙공원,차이나타운을 구경하고 현지 식당에서 식사도했다. 크고작은 에피소드들은 그들에게 두고두고 그들만의 이야깃거리가 될것이다.

말레이시아 여행담으로 시간가는줄 모르던 그들은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궂은비 내리는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준구씨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불러 분위기를 잡았다.

"마른잎이 한잎 두잎 떨어지던 지난 가을날 사무치는 그리움만 남겨놓고 가버린사람" 일억조 최사장도 목청을 돋우고 정원의 "허무한 마음"을 불다.


"그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 소녀가 보고 싶을까" 카센타 박사장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멋지게 불러 젖혔다.

"네가 떠난 그날 눈물대신 웃음을 보였네. 차마 울지못한 마음은 아쉬움 때문 이었네"김법무사는 서울패밀리의 "내일이 찿아와도"를 열창하며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을 뽐냈다.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꿈처럼 행복했던 사랑이여. 머물고간 바람처럼 기약없이 멀어져간 내사랑아" 황교장도 중후한 목소리로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불렀다.

빛바랜 감성으로 뭉친 다섯 할아버지들은 술과 노랫말에 취해 젊은날로 돌아간듯 노래방 번호책을 뒤지며 선곡하느라 바빳다.


노래도 끝나고 각자 헤어진후 황교장과 준구씨도 모텔로 돌아왔다. 준구씨는 밤이 늦었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뜰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인생의 무상함과 서로에대한 감사와 연민을 느끼며 허공을 응시한채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싸늘한 밤

황금빛 은행잎에 가로등 불빛이 스미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황교장은 적막함이 느껴졌다.아내의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혈압 높은 사람이 무슨 술이냐고, 노인네가 이렇게 늦게 다니면 어쩌냐고. 아내의 잔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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