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여로

마지막회

by 김영자

황교장은 며칠을 모텔방에만 있었다.침대가 몸을 끌어당기는듯, 몸이 침대속으로 라앉는듯 무거웠다.준구씨가 자주 드나들며 식사와 약을 챙기고 걱정스러워 했다. 준구씨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서 떠나려해도 몸이 늘어져 그럴수도 없었다. 그리던 서울에서 잠시나마 답답한 마음도 풀고 푹쉬면서 한달동안 서울 생활을 하고 싶어 찾은 여행길이었다. 생각지 못한 감기몸살로 준구씨에게 폐를 끼칠줄은 생각도 못했다. 젊어서는 그깟 감기쯤 문제도 아니었다. 나이드니 몸도 마음도 약해지고 뜻대로 되는게 없는듯하여 우울했다. 일주일정도 모텔방에서 거의 누워만 지내다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야 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황교장은 준구씨의 걱정을 뒤로하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잎이 모두 떨어진 나목들은 그의 마음처럼 춥고 쓸쓸해 보였다. 서울에 온지 보름만이다. 서울에서 하려던 일들도 다못했다. 이제 그에겐 자유를 누릴수있는 자유도 없는듯하여 서글펐다.


택시가 몽키아라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이건 또 무슨일인가. 곳이 답답하여 떠났었는데 고작 보름만에 이곳이 안전지대듯 마음이 놓이 곳이 되다니, 사람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일이며 그는 자신의 마음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아직 며느리가 돌아오려면 한참 있어야할 시간이다. 황교장은 열쇠로 아파트문을 열었다. 며느리가 현관으로 나오며 말했다. "어머 아버님 웬일이세요? 한달후에 오신다더니 일찍 오셨네요?" 며느리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이구 사돈어른 안녕하십니까" 며느리 친정 부모님이 마주 나오며 인사를 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이게 얼마만인가요. 어서 앉으세요."황교장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장이 서울에간 사이에 며느리 부모님이 오신거였다. 사돈이는

왜 이렇게 어려운걸가? 지난날 화통하던 황교장아니던가. 자연스레 맞이하고 술한잔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황교장은 왜그렇게 당황스러운지, 어찌해야 하는건지 알수가 었다. 아들내외와 함께 살면서부터, 아니, 아내가 세상을 떠난후부터

횡교장은 소심해지기 시작했고 나약한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황교장은 침대에누워 쉬고 싶었으나 그럴수는 없었다. 애써 명랑한듯, 반가운듯 사돈내외와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럭저럭 저녁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않았다. 몸은 피곤 했지만 머리속은 한없이 복잡했다.

그때 서울집을 팔고 아들을 따라 말레이시아로 들어온게 너무 후회스러웠다. 갑작스럽게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의 마음이 폭탄을맞은듯 무너졌고 그의 사고력도 마비된것 았다.

아들내외와 살면서 느낀건 자식은 출가전 까지만 함께 살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황교장은 어디를 가도 불편했다. 모텔방도 아들네집도 편한곳은 없다. 온전한 휴식을 취할수 있는 그만의 안식처 그리웠다.

부부가 함께살다 누가 먼저 갈지는 아무도 알수 없고, 아내가 있을때부터 홀로서기를 배워야 한다고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때가 되면 누구나 혼자될수도 있다는걸 생각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내가 있을때 밥도하고, 된장찌개, 김치찌개 만드는법도 , 가끔은 아내대신 식사담당도 하면서 살림을 배울 그랬다. 생각해보니 나이들면 집안살림 하는것도 능력이며 노후를 살아가는데있어 하나의 경쟁력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은 오지않고 후회와 걱정만 꼬리를 어가고 있었다.


다음날아 식사를 마치고 며느리와 사돈내외는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함께가자는걸 다 다녀온곳이라고 극구 사양하고 황교장은 집에 남았다. 오랫만에 인도네시아 도우미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었다.

명치끝에 돌을 얹은듯 답답했다.

아파트단지로 나섰다. 지나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햇볕이 따가웠으나 생각에잠긴 황교장은 더운줄도 모른채 울창한 나무그늘아래 빈벤치에 앉았다. 먼하늘을 바라보고 뙤약볕이 내려쬐는 길을 바라봤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궁리를 해보지만 묘안은 떠오르질 않았다. 황교장은 Johnny Horton이 부른 All ForTHE Love A Girl을 낮게 불러봤다. Well, Today I'm so weary(오늘 난 너무 지쳤어요). Today I'm so blue,sad and broken hearted(오늘 난 너무 우울하고 슬프고 마음이 아파요). And it's all because of you (이 모든것이 당신 때문입니다).

연애시절 아내가 좋아하던 노래다.

나무숲 높은곳이 심하게 흔들렸다. 숭이가 나무에서 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며느리와 사돈내외를 불편하게하는것 같아 음이 편치 않았다.

서울에 원룸이라도 얻어서 살아볼가? 하지만 이제 혼자 살기에도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대로 지내기도 쉽지 않다. 그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것같다. 부모 손을 놓치고 길도잃은 미아고 마음 붙일곳 없는 짚시럼 느껴졌다. 흘러가는 세월에 순응하며 점잖게 늙어가지 못하는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온몸에선 땀이 흘렀 그의 마음엔 찬바람이 일었다. 황교장은 대책없이 땀을 흘리며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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