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하려다 거울을 본다. 낯익은듯 낯선, 반백의 여자와 마주한다. 무표정한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누군가 나이들수록 자기연민에 빠지면 않된다고 하던데, 나는 오늘 자기연민에 빠질것 같다.
어릴때
사람들은 나에게 묻곤했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싱글벙글 하느냐고.
어릴적 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한없이 순진하고 명랑하며 웃음이 많은 아이었던것 같다. 터질 준비를 하고있기라도 했던것처럼 작은 일에도 잘웃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웃음이 적어지고 웃지를 않게 되었다. 웃는일에 인색해지고 어색해졌다. 50대 까지는 그런대로 웃을일도 있었다 . 60을 넘고 70을 바라보며 몸이 조금씩 아파오고 마음이 불편해지자 입꼬리가 경직된듯 크게 소리내어 웃는일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예전엔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하기도 했다. 웃음은 참을라치면 몇배나 더 부풀어서 미어져 나오곤 했으니 말이다.
여고시절엔 가끔 별것아닌 일로 여기서 "큭"하면 바로 저기서 "큭"하고 웃음이 스며들어 교실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다 선생님의 꾸지람을 듣게되면 웃다가 야단맞는 일이 우스워 "하하", "깔 깔 "더 크게 웃으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일상의 대화중에,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 혹은 책을 읽다가도 웃을일은 많았다.배를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큰소리로 웃고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것 같았다. 그런데 왜 내게서 웃음이 떠난걸가?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서? 아니면 무분별한 나의 욕심때문에?. 꼭집어 설명할수는 없으나 어쨋든 웃음이 내게서 차츰 멀어져갔다. 큰소리 내어 웃던 지난날들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배를잡고 웃던 추억이 떠오른다.
어릴적 나의단짝은 빨간머리 앤을 닮았었다. 빨간머리 앤은 깡마르고 주근깨가 많지만 나의단짝 친구는 우윳빛 피부에 송아지처럼 큰 눈망울을 가진 아이였다. 호기심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격이 앤을 닮았었다. 10살쯤의 어느날, 나는 교회근처 언덕진 풀밭에 앉아 넘치는 감성과 상상력으로 이끌어가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때, 아랫길로 아저씨 한분이 걸어가고 있었다. " 얘, 저아저씨 엄마 이름이 한응팔이야... ". "어? 아 ~하 하하... "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배를잡고 웃었고 친구도 따라 웃었다. 자신의 등장과 함께 두여자애들이 까르르 웃어대자 아저씨는 당황한듯 옷매무새도 살펴보고 우리들도 쳐다보며 걸었다. 그런 아저씨의 행동이 우리를 더욱 자지러지게 했다. 우리는 손뼉을치고 눈물까지 흘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배가 아플지경이었다. 아저씨께는 미안했지만 우리는 어쩔수가 없었다. 여자이름이 응팔이라니!.
(친구의엄마와 아저씨의엄마가 같은 교인이어서 이름을 알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시절이 그립고 절로 웃음이 난다.
언제다시 그토록 맑고 밝은 웃음을, 가슴까지 시원한 웃음을 크게한번 터트려 볼수 있으려나.
명치끝에 달린 알수없는 그것이 사라져 가도록 크게한번 웃어보고 싶다.
내입가에 다시 웃음이 찾아오길 가다리며
(아 에 이 오 우) 하고 소리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