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by 김영자

6.25동란으로 부산에서 시작된 피란살이.

전쟁은 계속되고, 우리는 방한칸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아침이면 아버지는 방송국으로 새엄마는 은행으로 출근을 하셨다. 새엄마가

데리고온 중학생 오빠도 학교에 갔다. 6살나는 뒷뜰에서 파란 달개비꽃을 따다 조갑지에 담고 소꿉놀이를 했다.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심심했던 나는

오빠를 따라 다녔다.오빠는 매일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 "몇번 세면 두레박이 올라올것 같아?" 오빠가 물었다. "열번". 내가 대답했다.

오빠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렸다.

"스무번이잖아, 틀렸다니까."

오빠는 나의 양쪽 뺨을 마구 때렸다.

나는 무서워서 울었다.

"몇번에 두레박이 올라올것 같아?" 오빠가 또

물었다. "스무 번". 내가 대답했다.

오빠는 또 물을 길어 올렸다.

"열번에 올렸잖아, 또 틀렸네"

오빠는 나의 두뺨을 권투선수같은

자세로 세게

때렸다. 무섭고, 아프고, 슬펐다.

저녁에 아버지와 새엄마가 돌아 오셨다.

"아버지, 오빠가 자꾸 때려." 내가 말했다.

"응? 어~ 내일부터 오빠가 않때릴거야."

아버지가 말하셨다. 내일도 모레도 오빠는

물을 길을때마다 나를 때렸다.

그 오빠는 지금 어느 하늘아래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가?




내가 중학생이던 초여름 어느날, 우리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햇감자를 굵게채친후 향이 진한 깻잎과

매콤한 풋고추를 썰어넣고 튀겨낸 야채튀김이

너무 맛있었다. 나의 젓가락은 연거푸 바삭한

튀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얘, 튀김만 먹지말고 골고루 먹어."

식모라는 가사도우미 언니가 말했다.

"언니가 무슨 상관이야?"내가 말했다.

"좋은말 하면 들어!" 새엄마도 말했다.

나가고 싶었지만 나는 그냥 밥을 먹었다.

언니의 좋은말(?) 내마음을 너무 슬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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