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부터 여름이되면 도시농부가 된듯 각종 채소를 다듬고, 찌고, 말리고, 냉동하며 갈무리 하느라 분주한 날이 많아졌다. 딸이 동백동 전원주택단지로 이사를 하면서 부터다.버스가 다니 는 대로에서 5분정도 옆으로 꺽어 들어가니
뜻밖에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호수와 수영장이
보였다. 도시를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 온듯 한데 여기저기 주택들이 자리를 잡았다.
용인시 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풍경이다.
정원이 넓은 집은 동물을 사랑하는 딸의 가족이 살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고즈넉한 정원에 아침이면 새들이 찿아오고 가끔 공작새도 놀러
온단다. 딸은 넓은 정원에 나무를 심고 야생화도
모아왔다. 뒷뜰엔 자그마한 텅밭을 일궈 농장(?)을 조성 했다.이른봄. 쑥,돌나물,두릅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며칠 간격으로
날라오기 시작했다. 수확한 채소의 주요 소비자가
된 나는 안심채소(딸의주장)를 먹을수 있는 기쁨에 알뜰하게 다듬고 손질하여 소비하고 보관했다. 계절마다 피는 정원의 꽃과 야생화도 꺽어 다 주어 행복했다. 기을이면 튼실한 열매가 달린 감나무가지를 꺽어 오기도 한다. 채소는 항상 근처의 친구와 아래층 집에 나눠 줄수 있을 만큼 풍작 이었다.상추는 쌈으로만 먹기엔 양이 많아 겉절이를 하고 호박은 썰어서 냉동실로, 가지는 말려서 보관했다. 풋고추는 생으로 먹기도 하고 피클이나 장아찌로 담가 보기도 했으나 양이 많아 감당이 않되었다. 고추를 많이 소비 할수있는 방법을 찿다 조림을 하기로 했다. 풋고추를 4등분한후 기름에 볶아 부드럽게 하고
멸치는 팬에 살짝 볶아 비린맛을 날렸다. 냄비에 볶은 풋고추와 멸치를 넣고 양념장을
부어 조리니 고추의 부피는 엄청 줄고 맛깔스런
밑반찬이 되었다. 지난여름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값이 급등 했지만 우리집엔 안심채소가
풍성했다. 문제는 채소가 시들기 전에 다듬고
보관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한참을 서서
많은 상추를 씻고 부추를 다듬고 하는일이 내게
버거웠다. 성경 잠언서에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 응분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의 대가 없이 거저 얻을 수 있는건 없나보다. 어떤경우든 원하는바를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수고가 필요 하다는 것을 채소와 씨름하며 다시금 깨달았다. 삶의
어느 분야에나 이 논리는 적용 될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그 달성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만이 풍성한 결실을 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