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하고 있다는 것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들
사람들은 필히 '노동'이라는 두 글자가 스며든 행위만이 '생산'이라는 이름을 갖는다고 착각합니다.
옅은 숨을 내쉬는 것. 달콤한 잠을 자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혼자 취미를 즐기는 것처럼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생산하고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늘 불안해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주의 사회 구조상 가치 있고 희소성이 있는 것만이 우대를 받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아무것도 생산해 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감을 갖고 자신은 변변찮은 인간이기에 변변찮은 것들만 만들어낸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관념의 허구로 인해 우리는 오류를 범하고 종종 길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을 들여다보면 사랑, 그리움, 원망, 분노, 기쁨, 슬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현재 이 시간에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감정들을 통해 인생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조금 더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지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유형으로 생산된 어떤 것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무형으로 생산된 생각이나 감정, 태도 같은 것이 살면서 더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지요.
아무튼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것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잣대로도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기에 스스로의 기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산된 생각이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해야겠다 라는 마음을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생산해 낸 결과물을 올바른 길로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산된 여러 형태의 감정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가슴속 깊이 자리를 잡게 한 후에 말이지요.
결국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소멸되고 사라지지만 자신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이런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도 살아 숨 쉴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더 생기를 내뿜을 것입니다.
시간에 의해 쟁취해 낸 것은 반드시 시간이 증명해 준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잊고 삽니다.
공기 중에 확산되어 있으리라고 믿어지던 선명한 기억이 하루 후에는 일부가 뭉개지고 또 며칠 후에는 다른 쪽이 또 몇 달 후엔 아주 작은 부분만 남긴 채 와해되어가던 것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혼란에 빠집니다. 그런 혼란스러움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평범한 상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아름답고 격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지만 물론 그런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낙담할 일은 아닙니다.결국 인생의 부피를 채우고 길게 만들어 주는 것은 늘 극복하는 과정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필요한 것은 작은 일들의 축적입니다.단순한 말이나 약속뿐만이 아니라 작고 구체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정성껏 쌓아가는 것으로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스스로 살아 숨 쉰 대가로 생산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소중히 다루었으면 합니다.
작은 유리병 속에 담긴 여리고 약한 영혼을 다루듯이 말이지요.
자신의 감정들이 자신이 원하는 누군가에게 닿지 않았기에 '죽은 것이다'또는'쓸모없는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 그것이 전해져서 닿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에 사멸되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았고 여전히 자신의 가슴속에 남아있다면 그것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산물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당신 삶에서 당신만이 생산해 낸 뜨거운 삶의 소산인 것입니다.
그러니 일상에서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한다고 실의에 빠져 고통스러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산다는 거 자체가 최선을 다해 무한한 것들을 생산하는 중이며 또 하루하루 그것들을 세상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니는 것이니까요.
결국 우리가 무덤까지 가져갈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 힘껏 생산했다는 증거 그것뿐입니다.
누군가가 그랬지요.'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행복하길 바라는 것뿐이다'라고
그러니까 그저 최선을 다해 숨만 쉬어도 됩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