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메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1970)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욕구들은 피라미드 모양의 위계적 단계를 이룬다는 것이다. 가장 아래 단계의 생리적 욕구들(식욕 등)이 채워져야 보다 고차원적인 상위 욕구(자아성취 등)에 관심이 생긴다는 전제다. 한마디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이 철옹성 같던 매슬로우의 이론도 최근 위아래가 뒤바뀌고 있다 (Kenrick. Griskevicius, Neuberg, & Schaller, 2010). 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휘자가 되려 하고, 가장 빠른 직구를 던지려고 할까? 즉, 왜 자아성취를 하려고 할까? 그동안 심리학자들은 온갖 철학적 ·도덕적 이유를 더한 장황한 설명을 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적 해석은 모든 것을 간명하게 만들었다.
금강산 구경을 하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욕구(식욕, 성욕)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금강산 유람(자아성취)을 한다는 것이 최근 진화심리학적 설명이다. 혁명적이다.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학자들이 점 점 많아지고 있다(Kenrick & Griskevicius, 2013).
앞에서 살펴본 피카소나 칭기즈칸뿐 아니라. 자아성취의 교과서적 인물인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도 사실은 대단한 여성 편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많은 경우, 금강산을 찾아라는 이유를 본인도 모른다. 그래서 본인뿐 아니라 심리학자들까지도 지나치게 긴 설명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행복의 기원]-서은국 184
혁명적이라고 평가하기보다 그동안 인간의 가식적 정신적 숭고 지향적 사유방식 때문에 왜곡되어 왔다고 봐야 옳을 것이 아닐까.
'피카소 효과' - 예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피카소는 한결같이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붓을 한참 내려놓고 있다가 갑자기 예술적 창의력이 폭발하곤 했다. 이 광적인 시기는 그의 삶에 새로운 여인이 등장하는 시점들과 일치한다. 살바도르 달리, 단테, 구스타프 클림트...모두가 그랬다. [행복의 기원] 58
위 내용에도 있듯이, 간디와 킹 목사도 그랬다지 않는가? 종족번식욕, 섹스에 대한 욕망이 예술도 낳고, 철학과 종교도 낳는다. 맞는 말이다. 무의식에 굳건히 자리잡은 생존본능이 에너지원이 되어 인간사를 진두지휘가는 것이다. 피카소 효과를 내 나름대로 바꿔 말하면, '교회오빠증후군'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성기를 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실과 진심과 욕망에 대한 왜곡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럴싸하고, 장황한 것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라 식을 하기 위해 금강산을 찾는다는 말이 옳다는 것을 작금의 상황을 잠깐만 그려봐도 알 수 있다. 금강산아 아니더라도 아무 산이나 그려보라. 아저씨 아줌씨 등산객들을...산 밑에 밀집한 막걸리집과 모텔들을...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왜곡과 가장은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목적을 달성하지도, 시도조차도 못할 것이다. 역사상 가장 섹스를 많이 한 사람은 아마 봉건 시대의 성직자들이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 교사와 여제자(지금은 잘 안 통한다. 아이돌들이 있어서)...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표현이 있단다. 필요 이상의 가정과 개념들은 면도날로 베어낼 필요가 있다는 권고로 쓰인단다. 하지만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의 가정과 개념들, 그리고 그밖에 장황한 것들이 필요하다. 인간이 성기를 가지고 다니는 이상...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엊그제 몇 년 만에 사촌형과의 통화에서도 그가 그렇게 말했다.